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 올림픽파크 내 아이스큐브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 올림픽파크 내 아이스큐브
나가노·밴쿠버 등 역대 동계올림픽 개최지는 대회를 잘 치르고도 적자 때문에 만만찮은 후유증을 겪었다. 이른바 ‘올림픽의 저주’다. 역대 올림픽 사상 ‘가장 비싼 올림픽’으로 기록될 소치 동계올림픽은 이런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55조원 쏟아부은 소치

D-3…'역대 가장 비싼' 소치올림픽, 55조원 과잉투자…'올림픽 저주' 걸리나
오는 7일 개막하는 소치 동계올림픽은 역대 동·하계 올림픽을 통틀어 이미 지출 부문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비즈니스위크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강대국 러시아’를 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해 소치에 510억달러(약 55조원)의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종전까지 가장 많은 비용이 든 올림픽으로 손꼽히는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420억달러 추산)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동계올림픽은 경기장 수나 참가 선수가 하계올림픽의 4분의 1 수준이다. 그런데도 금메달 98개가 걸린 소치 올림픽에 금메달 300여개가 걸렸던 베이징 올림픽보다 많은 돈을 쓴 것이다.

러시아는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나섰던 2007년 12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약속했다. 벤트 플리프저그 옥스퍼드대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올림픽 개최국은 보통 처음 계획의 3배가량 비용을 쓰는데 소치의 경우 5배 가까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흑해 연안의 여름 휴양도시 소치까지 높은 산악지대를 뚫고 철도와 도로를 잇는 데만 87억달러가 투입됐다. 대형 건물을 지을 땅이 좁은 소치에 11개 경기장을 새로 짓는 비용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적자 면하기 어려운 동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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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에 비해 참가국 숫자가 적고 관심도도 떨어져 적자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소치처럼 막대한 돈을 투자한 대회라면 더욱 그렇다. 크리스토퍼 핀레이 로욜라메리마운트대 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러시아 정부가 터무니없이 많은 자금을 소치 올림픽에 투입했다”며 “이를 통해 소치를 많은 사람이 즐겨찾는 새로운 스키 리조트로 만든다면 흑자를 낼 수 있겠지만 전망은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역대 올림픽 개최지 가운데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빚에 허덕인 사례가 많다. 1998년 일본 나가노 대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인구 30만의 작은 도시 나가노는 당시 환경올림픽을 표방하며 의욕적으로 대회를 유치했지만 대회가 끝난 뒤 110억달러의 적자를 떠안아야 했다.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대회 역시 적자 올림픽으로 기록됐다. 밴쿠버는 당시 준비 과정부터 예산 부족에 허덕이다가 IOC의 지원까지 받았다. 선수촌을 고급 콘도로 개조해 매각하려던 계획이 실패하면서 밴쿠버시는 100억달러 이상의 재정 적자를 떠안았다.

◆김연아 2연패 경제효과 6조원 웃돌아

개최국 러시아의 상황과 달리 올림픽 참가 선수를 후원한 기업들의 경제효과에 대한 기대감은 크다.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는 ‘피겨여왕’ 김연아는 삼성전자, KB금융그룹, E1, 동서식품, LS네트웍스, 로만손, 대한항공 등 7개 기업의 후원을 받고 있다.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김연아가 금메달을 땄을 당시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경제적 파급효과를 5조2350억원으로 추산했다. 올해 소치에서도 김연아가 금메달을 목에 걸면 그 효과는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종목별 경기단체를 후원하는 기업들도 있다. 삼성그룹은 1997년부터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회장사로 빙상 종목에 투자해왔다. 대한항공은 2011년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실업팀을 최초로 창단했고, KB국민은행은 빙상연맹의 공식 후원사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을, 신세계는 대한컬링경기연맹을 2018년까지 공식 후원한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