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관련법 개정 추진…설립자 '도덕적 해이' 논란
대학 설립자들에게 설립 당시 출연했던 재산에 대한 권리를 일부 보장해주도록 퇴로를 열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을 부실하게 운영한 기존 법인 경영자들이 공익법인 등을 계속 운영할 경우 국고 낭비와 도덕적 해이 등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부실대학 퇴출 경로 마련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대학 구조개혁 방안과 관련해 퇴출 대학의 잔여재산을 다른 곳에 출연토록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시킨 것은 그동안 대학 퇴출이 지지부진해서다. 현재 법인 해산 과정에서 부채 등을 갚고 남은 재산은 다른 학교법인에 넘기거나 국고로 귀속해야 해 학교 설립자는 대학 운영이 어려워도 대학 문을 닫는 것을 꺼려왔다.
지난 18대 국회에서는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대학 설립자에게 잔여재산의 일부 또는 30%를 되돌려주는 내용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제출됐으나 반대 여론에 밀려 통과되지 못했다. 학생 등록금이나 정부 재정 지원으로 불어난 대학 자산을 설립자에게 주는 것은 부당이득이라는 반대 의견이 많아서다.
정부는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의 공익법인, ‘사회복지사업법’의 사회복지법인,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의 직업교육훈련기관, ‘평생교육법’의 평생교육기관 등으로 대학 법인 재산을 출연하는 것을 허용할 계획이다. 이 경우 기존 대학 설립자는 학교 대신 장학재단이나 자선사업기관, 요양원, 직업훈련교육기관 등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부실 대학이 문을 닫더라도 이미 지어져 있는 건물 등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 사용하는 게 지역사회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학 구조개혁 평가 결과 ‘미흡’ 이하 등급을 받아 큰 폭으로 정원을 줄여야 하는 사립대들은 사실상 대학 운영이 어려워져 공익·복지법인 등으로 다수 전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교육부는 아울러 법인 기본재산에 일정 기준 이상 출연했거나 기증한 설립자가 생계가 곤란할 경우 일정 정도의 생계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키로 했다.
○국고 낭비와 도덕적 해이 논란
대학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퇴출 경로를 터주고 어느 정도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으나 학교를 부실하게 운영해온 기존 대학법인 경영진에게 재산에 대한 권리를 지속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교육부가 ‘생계 곤란’이라는 단서조항을 달고 있지만 설립자에게 생계비로 일정 정도 지원한다는 방안도 반대 여론을 무마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교육부가 구조개혁 방안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하려는 움직임과 관련해 “학교 잔여재산의 귀속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을 대책에 슬쩍 끼워넣은 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