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다음달 말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자는 우리 측 제안에 이틀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북한은 28일 오후 4시 판문점 연락채널 마감 통화에서 연락관 근무 연장을 제안했다가 오후 6시10분 “오늘은 전달할 내용이 없으니 철수하자”고 했다. 판문점 연락관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이날 저녁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한 입장을 전달하려고 했으나 내부 사정으로 취소한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판문점 연락관의 근무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해 놓고 아무런 대답 없이 돌연 철수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해 개성공단 실무회담 논의가 진행됐을 때 북한은 두 번이나 연락관 근무 연장을 요청하고 2시간 내 통지문을 보내왔다. 통일부 관계자는 “연락관과의 소통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거나 당국자들 사이에 의견 조율이 안돼 답을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부정적인 메시지로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북한이 대답을 미루면서 우리 측이 상봉 준비를 위해 29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자고 제의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은 사실상 무산됐다. 다음달 17일부터 상봉 행사를 진행하려던 정부의 계획이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설 연휴가 시작되는 30일까지 북한이 우리의 제안을 수용한다면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연휴기간에도 실무단을 파견해 행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