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지켜본 신동빈 '칼날 인사'…잡음많던 건설 등 대거 물갈이
롯데는 28일 5개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등 2014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선 신임 임원 승진 82명을 포함해 모두 214명이 승진했다. 승진 인사폭은 2012년과 2013년 각각 194명과 158명에 비해 컸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그룹의 체질개선을 목표로 2011년 회장에 취임한 뒤 가장 큰 규모의 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이 이번 인사에서 원칙으로 삼은 것은 ‘실적과 성과’를 중심으로 한 신상필벌이다. 대표적인 예가 롯데건설 대표이사 교체다. 롯데건설 새 대표이사 사장엔 김치현 롯데 정책본부 부사장이 승진 임명됐다. 롯데건설은 그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와 관련해 △서울공항 근처에 위치해 있는 입지 문제 △기둥 균열 사고 △근로자 사망 등 안전 사고 △지난해 헬기 사고 이후 층수 논란 등을 빚었다. 이 때문에 2009년부터 롯데건설 대표를 맡은 박창규 사장이 경질됐다는 게 롯데그룹 안팎의 시각이다.

롯데는 신임 김 사장이 롯데 정책본부 운영실장으로서 계열사의 효율적 경영과 사업전략 수립을 주도한 점이 인정됐다고 발탁 배경을 전했다.

소진세 롯데슈퍼 겸 코리아세븐 대표가 2선으로 물러난 것도 같은 차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코리아세븐은 갑을 논란에 휩싸이는 등 점주들과 갈등을 빚었다.

소 대표는 롯데슈퍼 및 코리아세븐 총괄사장으로 보직이 바뀌었지만 대외업무만 맡아 사실상 2선으로 후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슈퍼 신임 대표엔 최춘석 전무가, 코리아세븐 신임 대표엔 정승인 롯데백화점 전무가 발탁됐다. 최 대표는 롯데마트 출신의 상품전문가로 롯데슈퍼를 질적으로 성장시킬 인물이며, 정 대표는 롯데백화점의 마케팅과 동반성장을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코리아세븐의 신뢰도와 브랜드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롯데는 기대했다.

롯데의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급)에 황각규 국제실장이 이동한 것도 눈에 띈다. 황실장은 신 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며 그룹의 인수합병(M&A)을 맡아 왔다. 이번에 그룹 전체의 업무를 총괄하는 운영실장 역할을 부여받고 해외업무도 계속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의 광고 계열사인 대홍기획의 신임 대표이사엔 장선욱 롯데 정책본부 전무가, 롯데정보통신 대표이사엔 마용득 롯데정보통신 전무가 선임됐다.

롯데는 또 그룹의 대외협력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실을 신설하고 최종원 대홍기획 대표이사 부사장을 실장으로 임명했다. 이는 세무조사,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롯데홈쇼핑 전직 임원 비리 등으로 나빠지고 있는 그룹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롯데는 글로벌 시장 공략 및 현지 브랜드 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외국인도처음으로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모튼 앤더슨롯데호텔 모스크바 총지배인과 조셉 분따란 롯데마트 인도네시아 도매법인장이 각각 임원으로 승진했다.

롯데는 여성 임원의 약진도 이번 인사의 특징 중 하나로 꼽았다. 송승선 롯데마트 이사대우와 박선미 대홍기획 이사대우가 각각 이사로 승진했고, 김지은 롯데백화점 해외패션부문장과 한유석 대홍기획 글로벌비즈니스팀장은 각각 이사대우로 승진했다. 롯데는 향후 여성임원을 20~30%로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롯데는 사의를 표명했던 롯데카드의 박상훈 대표와 임원진에 대해선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조속한 수습이 급선무라고 판단해 이번 인사에서 보류했다.

롯데는 “철저하게 성과와 실적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젊고 역동적인 조직을 구성하는 데 인사 초점을 맞췄다”며 “순발력을 갖춘 조직으로 새로운 사업기회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높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