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신형 SUV 내놓고 씽씽 달리려 했는데…쌍용차, 저탄소차 협력금에 '급제동'
“2015년이요? 가장 기대되는 해에서 가장 걱정되는 해로 바뀌었습니다.”

쌍용자동차 고위 관계자는 27일 이렇게 푸념했다. 내년에는 쌍용차의 야심작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100(프로젝트명)’이 출시된다.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와 처음으로 공동 개발하는 이 차량은 쌍용차의 부활을 본격적으로 알릴 대표 선수로 꼽혀왔다.

하지만 쌍용차가 기대하는 신차 효과는 빛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내년부터 ‘저탄소차 협력금제도’를 시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내뿜는 차량에 부과금을 매기고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카(휘발유·전기 혼용차) 등 친환경차를 살 때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쌍용차 관계자는 “경차나 중형 세단은 없고 연료 소모와 배출량이 많은 정통 SUV와 대형 세단만 판매하기 때문에 부과금이 붙어 차값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보조금 ‘제로’, 부과금 ‘왕창’

저탄소차 협력금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국산·수입차에 공통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차종은 보조금을 받아 소비자들이 싼값에 살 수 있다. 반면 를 많이 뿜는 차종은 부과금 때문에 가격이 올라가 판매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디젤 및 전기차, 하이브리드카 분야에 강점이 있는 독일 BMW와 프랑스 푸조, 일본 도요타 등 수입차 업체들의 차종 중 상당수가 보조금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반면 엔진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친환경차가 적은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부과금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덩치가 큰 SUV와 대형 세단(체어맨)에 집중하고 있는 쌍용차는 국내 5개 완성차 업체 중에서도 가장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국경제신문이 환경부가 마련한 저탄소차 협력금 검토안을 쌍용차에 적용한 결과 대형 세단 ‘체어맨W CW600’에는 700만원의 부과금이 붙어 차값이 5631만~6740만원에서 6331만~7440만원으로 높아질 것으로 추산됐다. 주력 차종인 ‘뉴 코란도 C’(2071만~2872만원)도 수동변속기 모델만 부담금에서 제외되고 자동변속기를 넣으면 30만~100만원의 부담금을 내야할 것으로 계산됐다. 쌍용차 측은 “그동안 경영난을 겪으면서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를 개발할 여력이 없었다”며 “부담금 폭탄을 맞게 될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고 전했다.

○정치권 개입 이어 정부 규제

쌍용차는 지난해 전년보다 19.7% 늘어난 14만2710대를 판매했다. 업계에서는 2007년 이후 6년 만에 흑자전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6년에는 연 30만대를 팔겠다는 내용의 발전 전략도 내놓았다. 하지만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에 발목이 붙들려 판매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해고자 복직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개입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쌍용차가 이번에는 환경 규제로 다시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대두된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작년에는 해고자 복직 문제로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이 국회 청문회에 불려 나가는 등 경영 간섭을 받았다”며 “내년에는 정부 규제가 기다리고 있어 산 넘어 산을 만난 것 같다”고 걱정했다.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프랑스 정부가 2008년부터 실시한 ‘보너스-맬러스(Bonus-Malus)’ 제도를 환경부가 벤치마킹한 것이다. 박연재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이 제도는 국내 자동차업계의 친환경 기술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관계자는 “프랑스는 소형차 중심의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 제도를 시행한 것”이라며 “중·대형차를 선호하는 국내 시장에는 오히려 역차별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

소비자가 새 차를 살 때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보조금을 받거나 부담금을 내는 제도. 하이브리드카, 소형차 등 가 적게 나오는 차를 구입하면 보조금을 받는 반면 를 많이 배출하는 중·대형차를 살 때는 차값에 부담금이 붙는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