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중국고섬 투자자에 배상 위기 처하자…IPO주관사, 분기 재무제표까지 '현미경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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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현금원장 확인 나서
사진·녹취로 증빙 남겨
"의심되면 상장작업 중단"
"수수료 쥐꼬리인데" 불만도
사진·녹취로 증빙 남겨
"의심되면 상장작업 중단"
"수수료 쥐꼬리인데" 불만도
▶마켓인사이트 1월26일 오전 11시37분
법원이 중국고섬 공모주 투자자들의 손해액에 대해 KDB대우증권에 50% 배상 책임을 지도록 판결한 뒤 기업공개(IPO) 업계가 바짝 긴장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법원이 외부감사·검토를 받지 않은 중국고섬 분기 재무제표에 대해 적절한 검증을 하지 않은 것을 근거로 대우증권에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한 것으로 알려지자, 다른 증권사들은 주관사 계약을 맺은 IPO 추진 기업들의 재무제표 검증 작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통장 확인 안한 것은 부실 검증”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11부는 지난 17일 중국고섬 투자자 550명이 대우증권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중국고섬 공모주에 투자했던 125명에 대해 대우증권은 이들이 입은 손해액의 절반(3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그러나 상장 후 유통주식을 샀던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중국고섬은 대우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해 2011년 1월 한국 증시에 상장했다가 증권신고서에 기재한 재무제표에 예금잔액을 거짓 기재한 혐의가 드러나 그해 3월 거래정지됐다.
법원은 대우증권에 일정 비율의 손해배상을 물린 근거로 “중국고섬의 2010년 9월 기준 분기 재무제표 중 현금과 현금성자산, 담보제공 단기성예금에 대해 적절한 검증을 수행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제시했다.
법원은 중국고섬의 2007~2009년 말과 2010년 6월 말 재무제표는 외부감사인의 감사 또는 검토를 받은 이른바 ‘전문 정보’이기 때문에 대우증권이 별도 검증 없이 믿었더라도 중국고섬의 예금 허위 기재에 대한 책임은 면제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감사·검토를 받지 않은 2010년 9월 재무제표는 주관사가 적절한 검증을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대우증권은 재무비율 분석만 했을 뿐 예금통장 확인, 은행의 잔액조회서 수령, 중국고섬의 현금원장·명세서 수령 같은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며 “금융투자협회의 대표주관업무 모범규준 등을 감안할 때 이는 적절한 검증 절차가 아니다”고 했다.
◆“반기·분기 재무제표 검증 강화”
대우증권은 재판 과정에서 “예금통장이나 현금원장 등은 조작이 쉬워 검증 증거로 활용할 필요성이 떨어지고 은행의 예금조회서는 증권사가 받을 수 없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실효성이 없다는 가정으로 검증 절차 미이행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했다.
IPO 업계는 이 판결 이후 ‘제2의 고섬 사태’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막기 위해 IPO 추진 기업들의 재무제표 검증을 강화할 태세다. 한 중형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고섬 사태 같은 문제가 실제 터지지 않아 그렇지, 상장 작업 과정에서 그동안 주관사들은 예금통장 확인 등 자산·부채 실사를 생략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모든 IPO 대상 기업의 분기 또는 반기 재무제표에 대한 실사를 강화하고 사진·녹취 등 증빙도 철저히 남겨 놓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기업금융부 이사는 “수치 검증은 물론이고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 언행의 신뢰도 같은 ‘정성적 검증’도 강화해 의심이 드는 기업은 과감하게 IPO를 중단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 작업으로 증권사가 받는 수수료는 코스닥의 경우 2억~3억원에 불과하다”며 “얼마나 추가 자원을 투입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
법원이 중국고섬 공모주 투자자들의 손해액에 대해 KDB대우증권에 50% 배상 책임을 지도록 판결한 뒤 기업공개(IPO) 업계가 바짝 긴장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법원이 외부감사·검토를 받지 않은 중국고섬 분기 재무제표에 대해 적절한 검증을 하지 않은 것을 근거로 대우증권에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한 것으로 알려지자, 다른 증권사들은 주관사 계약을 맺은 IPO 추진 기업들의 재무제표 검증 작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통장 확인 안한 것은 부실 검증”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11부는 지난 17일 중국고섬 투자자 550명이 대우증권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중국고섬 공모주에 투자했던 125명에 대해 대우증권은 이들이 입은 손해액의 절반(3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그러나 상장 후 유통주식을 샀던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중국고섬은 대우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해 2011년 1월 한국 증시에 상장했다가 증권신고서에 기재한 재무제표에 예금잔액을 거짓 기재한 혐의가 드러나 그해 3월 거래정지됐다.
법원은 대우증권에 일정 비율의 손해배상을 물린 근거로 “중국고섬의 2010년 9월 기준 분기 재무제표 중 현금과 현금성자산, 담보제공 단기성예금에 대해 적절한 검증을 수행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제시했다.
법원은 중국고섬의 2007~2009년 말과 2010년 6월 말 재무제표는 외부감사인의 감사 또는 검토를 받은 이른바 ‘전문 정보’이기 때문에 대우증권이 별도 검증 없이 믿었더라도 중국고섬의 예금 허위 기재에 대한 책임은 면제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감사·검토를 받지 않은 2010년 9월 재무제표는 주관사가 적절한 검증을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대우증권은 재무비율 분석만 했을 뿐 예금통장 확인, 은행의 잔액조회서 수령, 중국고섬의 현금원장·명세서 수령 같은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며 “금융투자협회의 대표주관업무 모범규준 등을 감안할 때 이는 적절한 검증 절차가 아니다”고 했다.
◆“반기·분기 재무제표 검증 강화”
대우증권은 재판 과정에서 “예금통장이나 현금원장 등은 조작이 쉬워 검증 증거로 활용할 필요성이 떨어지고 은행의 예금조회서는 증권사가 받을 수 없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실효성이 없다는 가정으로 검증 절차 미이행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했다.
IPO 업계는 이 판결 이후 ‘제2의 고섬 사태’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막기 위해 IPO 추진 기업들의 재무제표 검증을 강화할 태세다. 한 중형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고섬 사태 같은 문제가 실제 터지지 않아 그렇지, 상장 작업 과정에서 그동안 주관사들은 예금통장 확인 등 자산·부채 실사를 생략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모든 IPO 대상 기업의 분기 또는 반기 재무제표에 대한 실사를 강화하고 사진·녹취 등 증빙도 철저히 남겨 놓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기업금융부 이사는 “수치 검증은 물론이고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 언행의 신뢰도 같은 ‘정성적 검증’도 강화해 의심이 드는 기업은 과감하게 IPO를 중단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 작업으로 증권사가 받는 수수료는 코스닥의 경우 2억~3억원에 불과하다”며 “얼마나 추가 자원을 투입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