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원리 무시하고 만든 유로…유럽위기는 '치명적 자만'의 결과
유로 출범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부정적인 견해는 1961년 로버트 먼델(사진)이 발표한 ‘최적 통화지역 이론(optimal currency area theory)’에 근거한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통화 통합을 위한 조건은 예상치 못한 충격이 각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지 않아야 하는 경제의 동질성이다. 그러나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경제는 현실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현실적으로는 노동자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통합된 노동시장이 존재하든지, 아니면 재정 정책을 통해 취약한 지역으로 이전지출을 할 수 있는 중앙정부가 있어야 한다.

유럽은 이 조건을 갖추고 있지 않다. 미국과 달리 유럽에서는 언어 장벽과 인적 이동을 가로막는 여러 장애물 때문에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통합된 노동시장이 없다. 또한 유로는 사실상 국가나 정부가 없는 화폐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가 간 불균형이 해소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통합될 경우 오히려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유로가 성공할 수 없다고 경고한 이유다. 밀턴 프리드먼은 “좋은 시절에는 유로화 동맹이 잘 나가겠지만,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중대한 시험에 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럽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미국과 같은 연방정부를 세우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정치적으로 실현되기 매우 어렵다. 독일과 같은 건실한 국가의 납세자들이 자신의 세금이 다른 국가로 이전될 것으로 생각해 적극 반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이 유로존 해체다. 독일과 같은 건실한 국가들이 유로존에서 탈퇴하든지, 재정을 건전하게 운영하지 못하는 국가를 탈퇴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유럽이 장기침체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지만, 단기적인 충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유로는 경제 원리를 무시하고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화폐제도다. 지금 유럽이 겪는 어려움은 경제제도를 디자인하려고 한 ‘치명적 자만’의 결과다. 이 인과응보를 피할 마땅한 방법을 찾는 것이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