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공연을 처음 시작하고 1년 동안은 돈을 거의 못 벌었어요. 2~3년이 지나서야 사람들이 이런 곡을 좋아하는구나, 내게 이런 곡을 듣길 원하는구나를 알겠더라고요.”

‘김광석 키즈’로 알려진 홍대광(사진)은 군대에서 전역한 2009년 회사원이 아닌 음악인으로 평생 살겠다고 결심했다. 그의 나이 스물다섯 살, 기타를 둘러메고 무작정 홍대 거리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한 푼도 벌지 못한 날도 있었지만 거리에서 보낸 시간은 그의 감성에 켜켜이 쌓여갔다.

2012년, 스물여덟에 응시했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시즌4’에서 그는 로이킴 딕펑스 정준영에 이어 ‘톱 4’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심사위원을 맡았던 윤건은 “김광석의 느낌을 받았다”며 홍씨를 극찬했다.

지난해 4월 데뷔앨범을 낸 그가 9개월 만에 미니 앨범 ‘실버 라이닝’을 내놓았다. 최근 서울 중림동에서 만난 홍씨는 이번 앨범을 ‘빨간약’이란 단어로 압축했다.

“수록곡에 공통점이 있어요. 과거의 나를 회상하며 부른다는 것이죠.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슬픈 일을 겪은 고두심 씨가 가슴에 바르는 빨간약처럼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는 곡이었으면 좋겠어요.”

앨범 제목인 ‘실버 라이닝’은 구름에 가려진 햇살이 만들어낸 은빛 테두리를 뜻하며 ‘희망’을 암시한다. 타이틀곡 ‘답이 없었어’는 옛 연인에게 서툴렀던 과거의 ‘나’를 노래한 중간 빠르기의 발라드곡이다.

그는 이 곡에 대해 “멜로디는 밝지만 가사를 들으면 깊은 슬픔이 있는 묘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팬들이 기대하는 스타일의 절충점을 찾은 노래”라고 설명했다.

앨범에는 그가 작사·작곡한 ‘스물다섯’이란 곡도 포함됐다. 그에게는 인생의 분기점이 됐던 나이다. “학생 신분으로 정해진 길만을 걷다 비로소 원하는 것을 선택해야 하는 시기가 스물다섯쯤인 것 같아요. 그때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위로를 주고 싶었어요.”

남들보다 늦은 데뷔에 조바심은 없었을까. “준비 없는 상태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 그다음 걸음을 내딛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거리 활동 등을 하면서 남들보다 험난하고 혹독한 20대를 보낸 경험이 앞으로 겪을 일들에 커다란 자양분이 될 것 같아요.”

그는 최근 서울 망원동에 20여㎡ 규모의 연습실을 새로 마련했다. 두세 달 정도는 이곳에만 틀어박혀 곡을 썼다고 했다. “이르면 올해 안에 팬들을 위해 자작곡만 담은 소품집을 내고 싶어요. 지난해 임정희, 소유 선배와 함께 부른 곡이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올해는 아이유 선배와도 듀엣을 꼭 해보고 싶어요. (웃음)”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