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와 150㎞ 떨어진 미국의 최남단 플로리다주 키웨스트 섬. 미국의 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한때 머물렀던 쿠바를 그리워하며 여생을 마친 곳이다. 지난해 12월30일 키웨스트와 쿠바 수도 아바나를 잇는 항공 운항이 50년 만에 재개됐다. 개방에 나서고 있는 쿠바와 오랜 적대국인 미국의 해빙 무드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폐쇄적인 사회주의 국가였던 쿠바가 시장 경제체제를 도입하며 경제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방세계와 접촉하는 빈도도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시장경제 잇따라 도입

22일(현지시간) 쿠바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에 따르면 쿠바는 50여년 만에 민간인 주택과 상가 등 부동산 임대를 허용하기로 했다. 쿠바는 앞서 외국인 자본 투자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산 호르헤 쿠바 대외무역·투자장관은 이달 발간된 쿠바의 주간지(Opciones)를 통해 “비효율적인 국영기업 중심의 체질에서 벗어나기 위해 외국인 자본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라며 “제한적으로 허용했던 외국인 투자 기준을 바꿔 펀드 투자, 농업 부문의 문호를 넓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에는 10여개 국영기업의 재고품 도매 판매도 허용했다. 당시 그란마는 “조만간 시행할 자유시장체제 도입의 예행연습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쿠바는 한국에도 새로운 시장으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한류 열풍이 대표적인 사례다. ‘꽃보다 남자’ ‘내조의 여왕’ ‘아가씨를 부탁해’ 등의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아직 미수교국인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KOTRA는 지난해 11월 쿠바 정부와 교류 강화 협약을 맺었다.

○카스트로식 개방 성공할지 주목

쿠바의 개혁·개방을 이끌고 있는 것은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 피델 카스트로의 동생으로 2006년부터 실권을 물려받은 그는 2010년 이후 단계별로 자영업을 허용하고 자동차 수입금지를 해제하는 등 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주 수입원인 관광 수요가 감소했던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카스트로의 개혁이 성공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개방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난다. 일례로 2013년형 푸조 차량의 경우 현지에서 26만3000달러에 거래된다. 한 달에 20달러 수준인 노동자 월급의 1만3000배에 이르는 가격이다. 전면 개방에는 신중한 카스트로의 개방 속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쿠바 전문가인 테드 헨킨 뉴욕시립대 교수는 쿠바의 개방에 대해 “두 걸음을 내딛고 한 걸음을 뒤로 빼는 라울의 ‘맘보(경쾌한 라틴아메리카 춤)’와 같다”고 지적했다.

○외교적 고립도 해빙 무드

카스트로의 개방 조치들과 더불어 삐걱댔던 서방세계와의 관계는 한층 호전되고 있다. 우선 유럽연합(EU)이 적극적이다. 이달 5일 쿠바를 방문한 프란스 팀머만스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쿠바의 정치·경제개혁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며 “이제 쿠바와의 관계를 현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쿠바에 54년간 경제봉쇄(embargo) 정책을 고수해온 미국의 변화도 눈길을 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기금모금 행사에서 “1961년부터 시행된 대쿠바 정책이 인터넷 시대를 맞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건설적인 자세로 정책을 손질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