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유리 기자 ] 자동차 부품, 의료 기기 등에 쓰이는 금형 부품 생산업체 호승기술에게 2012년은 혹독한 한 해였다. 인건비가 싼 중국 업체에 발주를 뺏앗기고 주 거래처였던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까지 부도를 맞은 탓이다. 회사 사정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직원 수도 절반 이상 줄여야했다.

위기를 맞은 회사가 재기의 가능성을 엿본 건 지난해 1월이다.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이하 한일재단)의 소개로 매출액 5조6000억원 규모의 일본 금형 부품업체 타카하타프레시젼파인몰드와 거래를 성사시켰기 때문. 안정적인 수출 물량을 기대할 수 있는 대기업과의 첫 거래였기 때문에 그 의미는 더욱 컸다.

경기도 시흥 시화공단 내 사무실에서 만난 이철호 호승기술 대표이사는 “일본 업체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 연락 체계가 원활치 않아 첫 거래를 트기 어려웠다”며 “재단의 소개로 타카하타와 연결된 후 100만원도 안 돼는 규모의 거래부터 시작했다”고 술회했다.

소규모 수주로 거래의 물꼬를 텄지만 신뢰를 구축하는 건 쉽지 않았다. 생산 과정을 보여주고 품질에 대한 확신을 줬지만 거래량은 제자리에 머물렀다. 신뢰를 갖기 전까지 큰 규모의 생산을 맡기지 않는 것은 일본 기업의 특성이기도 하다.

기회는 우연하게 찾아왔다. 타카하타프레시젼파인몰드가 긴급하게 물량 생산을 주문하자 주말에도 공장을 가동해 기한을 가까스로 맞춰준 것. 주말엔 무조건 공장 문을 닫거나 두 배 이상의 특근 수당을 요구하는 일본 업체와 달리 조건 없는 신속한 대응으로 콧대 높은 대기업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얘기다.

일본 업체와 신뢰를 쌓으면서 거래량과 거래처는 자연스레 늘어났다. 지금은 베이킹 컵을 찍어내는 금형 제조 업체 키무라알루미늄, 공작기계 부품업체 니히카타테크노 등에 금형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그는 “국내 중소기업 기술은 상향 평준화됐기 때문에 품질 외에 신뢰 관계가 수주 물량을 좌우한다”며 “타카하타와 거래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일단 믿음을 갖고 보기 때문에 다른 업체와 거래트기가 수월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올 한 해 수출 확대로 회사의 내실을 다질 계획이다. 지난해 매출 6억원 중 1억원을 수출로 올렸던 것에서 올해는 3억원으로 그 비중을 늘린다는 설명이다.

그는 “수출을 바탕으로 회사가 안정되면 그만뒀던 직원들도 다시 불러올 계획”이라며 “현 추세로 일본 거래처를 대상으로 한 수출이 늘어나면 우리가 일본 업체를 고르는 날도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일재단이 지원하고 있는 비즈니스 매칭 업무는 국내 중소기업과 일본기업의 거래를 돕는 사업이다. 한일재단은 일본 퇴역 기술자들에게 기술 지도를 받는 일본 퇴직기술자 유치사업과 일본 기업 연수로 기술을 체득하게 하는 기업연수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시흥=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