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 비즈니스' 표적된 한국인들…KOTRA 트리폴리 무역관장 퇴근길 피랍
리비아에서 근무하는 한석우 KOTRA 트리폴리 무역관장(39·사진)이 19일(현지시간) 오후 6시 무장 괴한에게 납치됐다.

리비아에서 한국인이 납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사건 정황상 처음부터 한국인을 목표로 삼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리비아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인과 교민들은 추가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20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 관장은 괴한 4명에게 납치됐다. 범인들이 탄 차량은 이라크인 운전사가 운전하는 한 관장의 차를 추월해 무기로 위협, 강제로 세운 뒤 한 관장만 태운 채 도주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주리비아 한국대사관과 리비아 외교부에 협조를 구하고 비상대책반을 가동, 피랍 경위와 한 관장 소재, 납치범 신원 파악에 나섰다. 한 관장의 안전에는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번 납치 사건의 목적이 금품인지, 정치적 협상이나 종교적 목적을 위한 것인지 판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납치범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나 알카에다와 연계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단정하기 어렵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고 있으며 한 관장이 안전하게 석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늘면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 테러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리비아에서 한국 기업과 교민들을 대상으로 한 무장 강도 사건은 10여 차례 발생했다. 2000년 이후 해외에서 발생한 29건의 한국인 납치 사례 중 10여명이 사망 또는 실종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는 이날 오후 2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리비아에 특별여행경보 2단계를 발령, 방문 금지와 함께 교민들에게 인근 국가로 철수할 것을 권고했다. 리비아에는 현재 551명의 교민이 거주하고 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