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재용이 그리는 '삼성의 미래'…벤치마킹 모델은 I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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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서 IT서비스·소프트웨어 회사로
신성장동력은 기업간 비즈니스 'B2B' 확대
소프트웨어 인력 2020년까지 7만명 채용
신성장동력은 기업간 비즈니스 'B2B' 확대
소프트웨어 인력 2020년까지 7만명 채용
“IBM과 같은 서비스회사가 되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삼성전자 개조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최대 하드웨어 기업, 소비자 대상 비즈니스(B2C) 기업인 삼성전자를 IBM과 같은 소프트웨어 중심, 기업 간 비즈니스(B2B) 기업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다. ‘성장이 한계에 달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불식시키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20일 삼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해 사장급 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IBM과 같은 서비스회사가 되자”며 B2B 사업에 힘을 기울이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IBM은 1980년대 PC 서버를 판매하는 하드웨어 기업이었으나 이후 사업구조를 전환해 세계 최대 ‘정보기술(IT)서비스’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작년 10월 미국 올랜도, 11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B2B 전시회에 처음으로 참가해 B2B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또 12월 조직개편에선 글로벌B2B센터를 사업부 수준으로 격상시키고, 이 자리에 유럽총괄 김석필 부사장을 선임했다.
◆IBM의 변신
1980년대 초까지 ‘포천’이 4년 연속 초우량 기업 1위로 선정했던 IBM은 1990년대 초 수십억달러의 적자를 낸다. 주력이던 서버와 PC 사업이 범용화되면서 수익성이 급락한 탓이다.
IBM은 80여년 역사상 최초로 외부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한다. 이렇게 영입된 루 거스너는 적자를 내는 사업과 자산을 처분하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인터넷이 주도하는 새 시장을 예측하고 ‘서비스 회사’로 변신을 시작한다. 서버만 파는 게 아니라, 고객이 서버를 사서 구현하고자 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 2005년엔 아예 컴퓨터사업부 전체를 중국 레노버에 매각하기도 했다.
그 결과 1993년 매출의 27%이던 서비스 사업은 2002년에 45%, 지난해 3분기 84%로 커졌다. 작년 3분기 매출을 보면 IT컨설팅 등 글로벌IT서비스 부문이 40%, 소프트웨어 부문이 24.5%, 사업컨설팅을 하는 글로벌비즈니스서비스 부문이 19.4%를 차지한다. 서버를 파는 시스템&테크놀로지 부문은 13.5%에 그친다.
◆B2B 기업서비스에서 신성장동력
삼성전자의 현 상황은 1990년대 초 IBM과 비슷하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뒀지만 성장성이 불투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과 TV가 범용화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이 같은 한계를 서비스, B2B 시장 공략으로 돌파하자는 게 이 부회장의 생각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TV 냉장고 등 하드웨어를 소비자에게 팔아 80%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런 기기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있어, 이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 성장동력을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B2B 사업에서 가능성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TV와 디스플레이를 맡은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의 경우 B2B사업을 전담하는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팀을 만든 뒤 2010년 사업부 매출 중 10% 미만이던 B2B 관련 매출이 지난해 30% 이상으로 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상업용 디스플레이(LFD)를 호텔 공항 등에 납품할 때 그냥 제품만 팔면 이익이 적지만, 구매 기업이 원하는 솔루션을 함께 넣어 주면 소비자형 제품보다 더 높은 마진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모바일 기업용 솔루션 ‘녹스’를 개발한 뒤 B2B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약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작년 3분기 B2B 스마트폰 시장에서 37.2%를 차지해 1위에 올랐다.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보는 기업이 늘면서 이 시장 규모는 2017년까지 1810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소프트웨어 인력 7만명 채용하겠다
B2B 서비스 시장을 차지하려면 투자가 필요하다. 최근 1년6개월 새 소프트웨어 인력만 1만3000명을 뽑아 작년 6월 말 기준 소프트웨어 인력이 국내 2만명, 해외 1만8000명 등 3만8000명에 달한다.
삼성은 2015년에는 5만명, 2020년 7만명 이상으로 인력을 늘릴 계획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B2B 시장 개척엔 어려움도 예상된다. IBM의 경우 B2C 사업을 매각하고 변신했으나, 삼성은 세계 최대 B2C 회사로 고객사가 돼야 할 다국적 기업 대부분과 B2C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애플에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을 공급하면서도 스마트폰 시장에선 경쟁해야 하는 딜레마가 생길 수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삼성전자 개조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최대 하드웨어 기업, 소비자 대상 비즈니스(B2C) 기업인 삼성전자를 IBM과 같은 소프트웨어 중심, 기업 간 비즈니스(B2B) 기업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다. ‘성장이 한계에 달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불식시키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20일 삼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해 사장급 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IBM과 같은 서비스회사가 되자”며 B2B 사업에 힘을 기울이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IBM은 1980년대 PC 서버를 판매하는 하드웨어 기업이었으나 이후 사업구조를 전환해 세계 최대 ‘정보기술(IT)서비스’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작년 10월 미국 올랜도, 11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B2B 전시회에 처음으로 참가해 B2B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또 12월 조직개편에선 글로벌B2B센터를 사업부 수준으로 격상시키고, 이 자리에 유럽총괄 김석필 부사장을 선임했다.
◆IBM의 변신
1980년대 초까지 ‘포천’이 4년 연속 초우량 기업 1위로 선정했던 IBM은 1990년대 초 수십억달러의 적자를 낸다. 주력이던 서버와 PC 사업이 범용화되면서 수익성이 급락한 탓이다.
IBM은 80여년 역사상 최초로 외부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한다. 이렇게 영입된 루 거스너는 적자를 내는 사업과 자산을 처분하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인터넷이 주도하는 새 시장을 예측하고 ‘서비스 회사’로 변신을 시작한다. 서버만 파는 게 아니라, 고객이 서버를 사서 구현하고자 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 2005년엔 아예 컴퓨터사업부 전체를 중국 레노버에 매각하기도 했다.
그 결과 1993년 매출의 27%이던 서비스 사업은 2002년에 45%, 지난해 3분기 84%로 커졌다. 작년 3분기 매출을 보면 IT컨설팅 등 글로벌IT서비스 부문이 40%, 소프트웨어 부문이 24.5%, 사업컨설팅을 하는 글로벌비즈니스서비스 부문이 19.4%를 차지한다. 서버를 파는 시스템&테크놀로지 부문은 13.5%에 그친다.
◆B2B 기업서비스에서 신성장동력
삼성전자의 현 상황은 1990년대 초 IBM과 비슷하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뒀지만 성장성이 불투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과 TV가 범용화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이 같은 한계를 서비스, B2B 시장 공략으로 돌파하자는 게 이 부회장의 생각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TV 냉장고 등 하드웨어를 소비자에게 팔아 80%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런 기기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있어, 이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 성장동력을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B2B 사업에서 가능성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TV와 디스플레이를 맡은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의 경우 B2B사업을 전담하는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팀을 만든 뒤 2010년 사업부 매출 중 10% 미만이던 B2B 관련 매출이 지난해 30% 이상으로 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상업용 디스플레이(LFD)를 호텔 공항 등에 납품할 때 그냥 제품만 팔면 이익이 적지만, 구매 기업이 원하는 솔루션을 함께 넣어 주면 소비자형 제품보다 더 높은 마진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모바일 기업용 솔루션 ‘녹스’를 개발한 뒤 B2B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약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작년 3분기 B2B 스마트폰 시장에서 37.2%를 차지해 1위에 올랐다.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보는 기업이 늘면서 이 시장 규모는 2017년까지 1810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소프트웨어 인력 7만명 채용하겠다
B2B 서비스 시장을 차지하려면 투자가 필요하다. 최근 1년6개월 새 소프트웨어 인력만 1만3000명을 뽑아 작년 6월 말 기준 소프트웨어 인력이 국내 2만명, 해외 1만8000명 등 3만8000명에 달한다.
삼성은 2015년에는 5만명, 2020년 7만명 이상으로 인력을 늘릴 계획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B2B 시장 개척엔 어려움도 예상된다. IBM의 경우 B2C 사업을 매각하고 변신했으나, 삼성은 세계 최대 B2C 회사로 고객사가 돼야 할 다국적 기업 대부분과 B2C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애플에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을 공급하면서도 스마트폰 시장에선 경쟁해야 하는 딜레마가 생길 수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