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은 자신만의 투자전략으로 좋은 성과를 낸 자문사들이 돋보인 한해였다. 자문형랩 열풍이 지나간 이후 자문업계가 재편되면서 성적이 좋은 자문사와 부진한 자문사간 희비가 엇갈렸다. [한경닷컴]은 지난해 좋은 성과를 내며 자금을 끌어모은 스타 자문사 대표 10인에게 2014년 증시와 투자전략을 들었다. 11회에 걸쳐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잃지 말아라"
세계적인 투자전문가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이 말하는 투자의 제1원칙이다. 제2원칙은 제1원칙을 잊지 않는 것. 용환석 페트라 투자자문사 대표(49·사진)의 투자 원칙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얼마나 버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잃지 않느냐라는 관점으로 시장에 접근한다.
<용환석 페트라투자자문 대표>
주식 시장이 좋지 않을 때 혹은 판단이 틀렸을 때 손해를 덜 입어야 결과적으론 벌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투자에 앞서 '더 나빠질만한 요소가 있나'를 최우선으로 점검하는 것도 이같은 원칙 때문이다.
◆ 지난해 왕따 코스피 "더 이상 나빠질게 없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올해 국내 증시가 '올라갈 것인가'에 쏠려있지만, 사실은 '얼만큼 떨어질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연초 증시 상황이 좋지 않지만 올해 전반적으로 봤을 때 코스피는 더 이상 나빠질 게 없습니다."
지난해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 행진을 이어가며 연간 26% 올랐다. 일본 증시는 41년 만에 최대폭인 56% 급등했다. 선진국 증시가 상승 랠리에 취해 있을 때 국내 증시는 1% 오르는데 그쳤다. 한 해 동안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용 대표는 올해부터 국내 증시는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환율, 실적과 같은 악재들은 이미 상당 부분 증시에 반영된데다 지난해 계속된 침체로 기대심리가 낮아질대로 낮아졌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주식시장은 경기가 좋다고 해서 오르는게 아니라 기대감보다 좋을 때 오르는게 속성"이라며 "미국이나 유럽이 최근 경기가 좋아진다고 하지만 실제 눈에 띄게 회복됐다기 보다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분위기가 좋아져서 증시가 상승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유럽은 재정적자·채무불이행에 허덕였다. 양적완화 정책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돈풀기에 나서면서 경제는 기대감보다 나아졌고 이에 힘입어 증시가 상승세를 탔다는 게 용 대표의 분석이다.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들은 금융위기 직후 주가가 많이 상승했지만 이후 기대감보다 경기가 따라주지 못한 탓에 증시는 부진했다.
용 대표는 그러나 기대감이 현실과 언제까지 동떨어져 갈 순 없다고 못박았다. 현실이 따라주지 않으면 결국 조정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선진국 시장도 그러지 말란 법이 없단 얘기다.
그는 "미국 등 선진국은 증시가 실제 경기 상황보다 많이 올라간 측면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상승 가능성은 낮은 반면, 신흥국들은 더 이상 나빠질 게 없는 상태에서 조금만 경제가 좋아져도 올라갈 여력이 크다"고 강조했다.
◆ 환율 악재 여전…경기·대형주 영향 없는 종목 관심
국내 증시를 둘러싼 가장 큰 악재는 여전히 '환율'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까지 환율이 실체보다는 막연한 두려움이었다면 올해는 증시에 본격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용 대표는 "일본 엔화 약세가 현 수준에서 10~20% 만 더 진행돼도 수출위주인 국내 경기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전자와 자동차 등 증시를 주도하는 업종들이 실질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 두 회사가 안 좋으면 코스피도 부진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 또 다른 악재로 꼽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정책은 증시를 흔들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국내 증시는 양적완화로 인한 혜택을 덜 받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주가를 크게 떨어뜨릴만한 재료도 아니라는 것이다.
<한경DB> 올해에는 경기 흐름이나 대형주 영향이 크지 않은 종목을 찾아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가격경쟁력보다는 기술, 브랜드력으로 승부하는 종목에도 관심을 가지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종목으로는 '아트라스BX'를 꼽았다. 1944년 설립된 이 회사는 자동차용 축전지 제조와 판매를 위주로 하는 곳이다. 국내 시장 점유율 2위, 세계 시장 6위를 달리고 있다.
용 대표는 "경기가 나빠 자동차가 잘 팔리지 않아도 축전지는 AS시장에서 계속 판매된다"며 "타이어 같은 경우도 신차보다는 교체 시장에서의 매출이 더 큰 것처럼 자동차 업종에 속하지만 경기나 대형주(현대기아차)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업종이 좋다"고 강조했다.
저평가된 지주회사도 주목하라고 제시했다. 특히 한국타이어, 넥센, 아모레퍼시픽그룹 등 자회사가 많지 않은 지주회사의 경우 대표 자회사 실적이 좋으면 주가 상승 모멘텀이 강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페트라투자자문은 아모레퍼시픽 지분 35.4%를 보유한 지주회사 아모레퍼시픽그룹에 18개월 간 투자해 70.4% 의 수익률을 거뒀다.
용 대표는 "이미 성장성이 반영된 아모레퍼시픽과 달리 지주회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있었다"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저가 화장품 브랜드 에뛰드, 이니스프리 등의 매출도 아모레퍼시픽그룹에 반영된다는 점이 투자 매력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 페트라 투자 원칙…'가치'보다 비쌀 땐 절대 안 사
2009년 설립된 페트라투자자문은 연 평균 수익률 25%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이 4.7%인 점을 감안하면 20.2%포인트를 초과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부진했던 국내 증시에서도 15%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비결은 정확한 가치평가에 기초한 신중한 접근이다. 가치평가를 하는 방법은 회사의 특징에 따라 다르다. 자산가치만이 아니라 산업의 트렌드, 기술력, 브랜드력을 종합해 다양한 요인을 고려한다.
예컨대 음식료 업종이라면 제품 가격은 서서히 올라가지만 원재료 가격은 훨씬 급박하게 출렁거린다는 점을 평가에 반영한다. 성장을 빠르게 하는 회사와 성숙기에 접어든 회사도 제각각 판단한다.
일단 가치평가를 하고 난 뒤에는 이보다 비쌀 때는 절대 사지 않는다는게 페트라투자자문의 방식이다. 용 대표는 "저평가된 회사를 사는게 중요한 건 판단이 틀렸을 때를 위한 것"이라며 "주식투자를 할 때 누구나 판단이 틀릴 수 있지만, 틀렸을 때 손실을 많이 보지 않아야 좋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치평가를 통한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올린 대표적인 사례가 CJ오쇼핑이다. 페트라투자자문은 2012년 이 회사에 10개월 동안 투자해 90% 가까운 수익률을 달성했다.
홈쇼핑 3사(CJ, GS, 현대) 중 항상 높게 평가받아온 CJ오쇼핑은 당시 중국 자회사 지분 일부를 매각한 뒤 일시적으로 주가가 급락했다. CJ오쇼핑 주식을 대거 보유한 기관들이 자회사 지분 이슈를 악재로 판단하고 손절매에 나섰기 때문이다.
용 대표는 "한 달 새 주가는 많이 떨어졌지만 그 사이 회사 가치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 투자를 결정했다"며 "이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투자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인류는 새로운 기술 문명 단계에 접어들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우주·항공, 로보틱스 등 미래 산업이 올해도 코스피지수 상승을 이끌 것이다.”국내 대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은 첨단산업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 코스피지수가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펀드매니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펀드매니저 4명 중 1명(23%)은 코스피지수가 1분기 4500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말 잠시 숨을 골랐지만 한 분기 만에 6~7% 추가 상승(지난해 종가 4214.17 기준)할 것으로 전망했다. 1분기에 5000(8%)이나 6000(4%) 선을 뚫을 것이라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유망 업종(2개 복수 응답)으로는 반도체(55%)와 AI(52%)를 가장 많이 꼽았다. 로봇(28%)과 우주·항공(20%)이 뒤를 이었다. AI 투자가 지속되는 만큼 ‘반도체 품귀’가 이어지고, 미국 스페이스X 상장과 피지컬AI 시대 본격화로 우주·항공 및 로봇 섹터가 주목받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유망 투자 지역은 한국(51%)과 미국(49%)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시장에 영향을 미칠 변수(복수 응답)로는 인플레이션과 금리(65%), AI 거품론(40%), 환율(37%)을 지목했다. 고물가 영향으로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더뎌지면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코스피 4500 이상" 응답자 25%…수익률 美 대형주, 국내 대형주順지난해 국내 증시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코스피지수가 75% 넘게 뛰며 글로벌 주요 주식시장에서 가장 돋보이는 성과를 기록했다.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의 신호탄을 쐈고, 반도체 업종 실적 개선이 시장을 밀어 올
지난해 국내 증시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코스피지수가 75% 넘게 뛰며 글로벌 주요 주식시장에서 가장 돋보이는 성과를 기록했다.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의 신호탄을 쐈고, 반도체 업종 실적 개선이 시장을 밀어 올렸다.국내 주요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은 올해도 증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증시에 대한 긍정적 전망은 유지하면서도 지난해 크게 늘려둔 국내 증시 비중을 새해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깜짝 반등’한 2차전지 업종은 조정받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증시 상승세 이어진다”한국경제신문이 최근 국내 자산운용사 23곳에 소속된 펀드매니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7%가 올해 1분기 국내 주식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비중을 줄이겠다는 응답(5%)을 압도했다. 설문에 참여한 펀드매니저 39%는 지난해 4분기 국내 주식 비중을 확대했는데, 새해에도 비중을 늘리겠다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한 것이다.국내 증시를 낙관하는 이유로는 여전히 낮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과 정책 기대를 주로 꼽았다. 한 펀드매니저는 “지난해 증시 급등에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일본 중국 대만 등과 비교해 여전히 낮다”며 “증시로 자금을 유입시키려는 정책적 노력과 함께 국내 증시 재평가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펀드매니저들은 올해 상반기까지 코스피지수가 현재보다 10% 안팎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 말 예상 코스피지수를 묻는 질문에 절반 가까운(49%) 응답자가 4200~4499라고
자산운용사 대표들은 2026년 국내 증시가 작년의 급등세를 재현하기보다 업종 간 격차가 좁혀지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지배구조 개편과 금리 인하를 계기로 지주사와 바이오 등 그동안 저평가된 종목이 재평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2년 연속 이어지는 테마는 없다”며 “지난해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급등했다면 올해는 대형주와 중소형주, 기술주와 비(非)기술주 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갭이 메워질 것”이라고 말했다.특히 지주사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으로 저평가 기업이 재평가받을 환경이 조성됐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지주사는 상법 개정과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직접적인 수혜주”라며 “현재 0.2~0.3배 수준인 지주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배 정도로 올라와도 주가가 두 배로 뛸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환율이 이어지는 환경에서 국내 수출 기업에도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 대표는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 달러 매출 비중이 높은 수출 기업의 실적이 좋아진다”며 “국내에 생산 기반을 두고,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업종에 투자하는 걸 추천한다”고 말했다.안정환 인터레이스자산운용 대표는 올해 주목해야 할 ‘다크호스’로 바이오주를 언급했다. 안 대표는 “바이오는 금리 인하의 대표적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며 “정부가 코스닥 벤처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도 호재”라고 말했다. 이어 “신약 개발이나 기술수출(L/O) 등 이벤트에 힘입어 시장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지난해 반도체에 집중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