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원짜리 PL보험료가 1500만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너무 비싼 PL보험
보험료 100만원 받아 30만원만 지급하는 셈
보험료 100만원 받아 30만원만 지급하는 셈
아웃도어 전문기업 K2의 K차장은 작년 말 제조물책임(PL)보험에 가입하려고 알아보다가 깜짝 놀랐다. 1년간 3000만원을 보장받기 위해 내야 하는 보험료가 1500만~2000만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등산화 등 6개 품목에 대해 건당 최대 3000만원, 1년간 총액 3000만원 한도 내에서 보상해준다는 견적서를 여러 손해보험사에서 받은 결과였다.
○“PL보험은 준조세인데…”
국내 PL보험 시장 규모는 2012년 1244억원(보험료수입 기준)이었다. 2010년 1200억원대(1219억원)를 기록한 뒤 사실상 뒷걸음질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10월까지 걷힌 보험료수입이 743억원에 그쳤다.
PL보험 손해율은 2011년(53.7%)을 제외하면 최근 5년간 20~40%대에 머물렀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에서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상금의 비율이다. 예컨대 2012년 손해율 32.3%는 보험료로 100만원을 거둬들여 32만3000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했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이 PL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조달청 등 공공기관 입찰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홈쇼핑과 같은 주요 유통업체에서도 PL보험 가입증서를 요구한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PL보험이 준조세 성격이 강한데 보험료가 워낙 비싸다 보니 보험사만 좋은 일 시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보험사 “국내 데이터 축적 안 돼”
한 손해보험사 PL보험 담당자는 “품목별 사고 발생 빈도나 피해 규모 등 관련 자료가 국내에는 별로 없어 해외 자료에 의존해야 하는데 국내 실정과 맞지 않아 (실제 손해율과) 괴리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도 “적정 마진율을 5%라고 가정하면 PL보험 손해율은 평균 70~75% 정도가 되는 수준까지 보험료를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PL보험 손해율이 과도하게 낮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PL보험료를 인하하는 데 소극적이다. 국내 PL보험 도입이 10년여밖에 안 돼 데이터 축적이 부족하고, 사고 발생 시 막대한 보상금 지급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보험사들에 적정 보험료를 책정하도록 유도하는 ‘참조손보요율’이 PL보험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참조손보요율은 손해율이 과도하게 낮으면 보험료를 낮추고 손해율이 높으면 보험료를 더 받는 참고 기준인데, 위험성이 높거나 매출이 큰 제조물은 이 요율을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재보험 경쟁 활성화 필요”
비싼 PL보험 부담을 덜기 위해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의, 자본재공제조합 등 기업 관련단체들은 ‘PL단체보험’으로 보험료를 20%가량 낮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부대승 중소기업중앙회 손해공제부 대리는 “지난해 약 100억원의 PL단체보험을 가입시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방식은 공동구매를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험료를 인하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재보험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보험료 인하에 효과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국내 재보험 시장은 코리안리가 한국 업체 중에서는 유일하다. 나머지는 외국계 보험사들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PL보험은 준조세인데…”
국내 PL보험 시장 규모는 2012년 1244억원(보험료수입 기준)이었다. 2010년 1200억원대(1219억원)를 기록한 뒤 사실상 뒷걸음질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10월까지 걷힌 보험료수입이 743억원에 그쳤다.
PL보험 손해율은 2011년(53.7%)을 제외하면 최근 5년간 20~40%대에 머물렀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에서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상금의 비율이다. 예컨대 2012년 손해율 32.3%는 보험료로 100만원을 거둬들여 32만3000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했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이 PL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조달청 등 공공기관 입찰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홈쇼핑과 같은 주요 유통업체에서도 PL보험 가입증서를 요구한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PL보험이 준조세 성격이 강한데 보험료가 워낙 비싸다 보니 보험사만 좋은 일 시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보험사 “국내 데이터 축적 안 돼”
한 손해보험사 PL보험 담당자는 “품목별 사고 발생 빈도나 피해 규모 등 관련 자료가 국내에는 별로 없어 해외 자료에 의존해야 하는데 국내 실정과 맞지 않아 (실제 손해율과) 괴리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도 “적정 마진율을 5%라고 가정하면 PL보험 손해율은 평균 70~75% 정도가 되는 수준까지 보험료를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PL보험 손해율이 과도하게 낮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PL보험료를 인하하는 데 소극적이다. 국내 PL보험 도입이 10년여밖에 안 돼 데이터 축적이 부족하고, 사고 발생 시 막대한 보상금 지급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보험사들에 적정 보험료를 책정하도록 유도하는 ‘참조손보요율’이 PL보험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참조손보요율은 손해율이 과도하게 낮으면 보험료를 낮추고 손해율이 높으면 보험료를 더 받는 참고 기준인데, 위험성이 높거나 매출이 큰 제조물은 이 요율을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재보험 경쟁 활성화 필요”
비싼 PL보험 부담을 덜기 위해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의, 자본재공제조합 등 기업 관련단체들은 ‘PL단체보험’으로 보험료를 20%가량 낮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부대승 중소기업중앙회 손해공제부 대리는 “지난해 약 100억원의 PL단체보험을 가입시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방식은 공동구매를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험료를 인하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재보험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보험료 인하에 효과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국내 재보험 시장은 코리안리가 한국 업체 중에서는 유일하다. 나머지는 외국계 보험사들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