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애 KIST 책임연구원이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한 현대자동차 ‘투싼 수소차’ 배경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KIST 제공
조은애 KIST 책임연구원이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한 현대자동차 ‘투싼 수소차’ 배경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KIST 제공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 미래창조과학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신년인사회가 열린 이곳에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주요 인사 1000여명이 모였다. 격려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도 함께한 이날 행사에선 각 분야 대표들이 새해 포부를 밝혔다. 3만여명의 과학자를 대표해 나선 사람은 조은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료전지연구센터 책임연구원(40). 수소연료전지자동차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조 연구원은 “수소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할 미래 기술이지만 자동차 가격 인하, 충전 인프라 구축 등 해결할 과제도 남아 있다”며 “정부와 기업이 미래에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여성 최연소 미래 기술 주역

조 연구원은 지난해 말 한국공학한림원이 발표한 ‘미래 기술 주역’에 선정되며 주목받았다. 2020년 이후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미래 100대 기술과 이를 개발하는 주역 217명을 뽑았는데 여기에 이름을 올린 것. 미래 주역 중 여성은 다섯 명뿐이었고, 이 가운데 나이가 가장 어렸다.

조 연구원은 1992년 서울과학고를 졸업하고 KAIST에 진학해 재료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본인 스스로 “암기 과목보다 수학이 재미있고 쉬워 과학고에 진학했다”고 말할 정도다. 과학고가 여학생을 처음 뽑은 것은 1980년대 후반이다.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여성 과학자를 육성하기 시작하면서 배출된 연구자라고 볼 수 있다. 조 연구원은 “5년 후에는 미래 주역에 뽑힐 여성 연구자가 훨씬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소차 대중화 이끈다

조 연구원은 2002년 KIST에 들어오면서부터 수소차 관련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수소차는 수소와 산소를 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를 이용해 주행한다. 유해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차세대 자동차다. KIST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수년째 수소차를 공동 개발하며 관련 대중화를 주도하고 있다. 조 연구원은 연료인 수소와 산소를 분해시켜 전기와 물로 만드는 핵심 기술인 촉매장치와 전극 개발을 맡고 있다. 그가 미래 기술 주역으로 뽑힌 이유다.

지난해 현대차가 유럽에 수출한 수소차는 대당 가격이 1억원이 넘었다. 일반인이 사기에는 아직 높은 가격이 걸림돌이다. 가장 큰 이유는 촉매장치에 50~70g의 백금이 들어가는 등 원가가 높기 때문이다. 촉매를 포함한 연료전지 가격이 차값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조 연구원과 동료들은 백금 사용량을 줄이거나 이를 대체할 물질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실험실 연구를 기준으로 백금 사용량을 20~30g으로 낮춘 기술을 개발했다. 한발 더 나아가 지난해 말부터는 백금을 대체할 수 있는 후보 물질을 찾는 연구과제도 시작했다.

조 연구원은 “백금의 절반 가격인 팔라듐을 이용해 비슷한 효과를 내는 구성법을 개발 중이고 코발트, 철 등 아예 비귀금속 계열 물질로 대체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도요타 등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2015년부터 일반인에게도 수소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가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월 499달러에 리스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수소차 대중화시대가 다가오고 있지만 부품 국산화 성과는 아직 기대에 못 미친다. 촉매, 전해질, 분리판 등 연료전지 3대 구성품 중 국산화에 성공한 것은 분리판에 불과하다.

조 연구원은 “판매량이 늘어도 수익의 상당 부분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스마트폰처럼 되지 않으려면 원천 소재 기술 개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