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MLB (메이저리그야구) 소속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과 7년간 1억3000만 달러 (한화 약 1370억원)라는 ‘대박’ 계약을 체결한 추신수 선수. 그가 갑오년 2014년 1월 15일 국내 지상파 방송사 MBC의 예능 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날 방송에서 미국 프로야구에서 겪었던 애환을 털어놓았고요. 시청자들은 말 그대로 ‘고진감래’의 성공 신화를 쌓은 그에 대해 “자랑스럽다, 축하한다, 부럽다” 등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인터넷 언론들은 추신수의 발언 가운데 익히 알려진 천문학적인 ‘연봉’에 대해 특히 주목하며 엄청난 양의 보도를 쏟아냈고요. "미국에서는 세금을 45% 뗀다. 5%는 에이전트비로 나가고 2%는 자산관리사에게 준다. 결국 내가 가져가는 돈은 40~45% 정도다."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측은 이와 관련 친절하게 자막을 그래프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아래인데요.

사진=MBC
사진=MBC

시청자들은 이를 지켜보며 감탄 하면서도 한편에선 “미국에선 세금을 그렇게 많이 부과하나?”라는 의문을 가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세무사나 미국 변호사들은 이에 대해 “대체로 사실에 부합한다”고 해석합니다. 한 세무사는 “주에 따라 사정이 다르긴 하지만 미국에서 고액 연봉자들은 45~50% 정도의 ‘조세 부담’을 진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도 사정이 비슷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고요.

국내의 경우 연소득액이 1억5000만원을 넘어설 경우 이 액수의 초과분에 대해 최고 과표 38%가 매겨집니다. 거기다 연 소득액의 10%를 곱해 나오는 지방세를 더할 경우 41.8%에 이릅니다. 게다가 4대 보험 12.23%가 더해지고 부동산 분담금 등 각종 조세 부담금이 부과됩니다. 이 경우 이른바 ‘조세부담율’이 50%를 훌쩍 넘길 수 있다고 이 세무사는 설명했습니다.

이들은 그러나 추신수의 언급은 공식적으로 ‘세금’이라고 불리는 것만 따질 경우 ‘45%’라고 무 자르듯 하기엔 무리가 따르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합니다.

한 미국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개인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연방세, 주정부세, 시세 3가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방세 (한국은 국세)의 경우 연간 소득이 40만 달러를 넘어설 경우 초과분에 대해선 최고세율인 39.6%를 적용받습니다. 연평균으로 따질 경우 ‘1860만 달러’를 받는 추신수 선수는 무려 1820만 달러가 이 세율에 해당하고요.

게다가 원정경기에 나설 때 낼 주정부세 (약 3%대로 추산) 등 다른 세금항목이 추가된다 하더라도 45%로 까지 치솟지는 않을 거라는 게 이들의 분석입니다. 이는 추신수와 계약한 레인저스가 있는 텍사스주는 주정부세가 부과되지 않기(0%) 때문 입니다.

(텍사스 주정부세 0%는 한 때 국내에 추신수의 에이전트인 보라스가 1억4000만달러를 제시한 뉴욕양키즈를 선택하지 않은 한 이유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추신수는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출연해 그러나 "이는 사실과 약간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내용이 잘 못 알려진 것은 뉴욕 양키즈가 있는 뉴욕주의 경우 텍사스주와 달리 주정부세 8.8%가 부과되기 때문입니다. 미국 언론 등에선 이 경우 추신수의 실수령액은 텍사스의 1억3000만달러 보다 뉴욕양키즈의 1억4000만달러가 작을 수 있다는 분석이 따르기도 했고요.

유영근 미국 변호사는 “추신수 사례처럼 미국 프로 스포츠선수가 다른 주로 원정을 가 어웨이 경기를 할 때 그 곳 주정부에 내는 세금을 ‘조크세’ (joke tax) 부른다”고 설명했습니다. 조크세는 각 주 마다 액수가 다른 게 가장 큰 특징이고요.

가령 테네시주는 경기당 일정 액수 (2500달러)를 부과합니다. 또 연봉액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곳도 있고요. 한 조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는 2010년 한 햇 동안 NFL 선수들로부터 조크세로 거둬들인 세수가 1640만달러에 달했다는 집계입니다.

유 미국 변호사는 “일반인의 경우 변칙적으로 세금을 줄여 신고할 여지가 조금씩 있으나 프로 선수는 경기나 훈련 스케쥴이 공개돼 그럴 여지가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때문에 추신수가 “미국에서 세금이 45%를 뗀다”고 언급한 것은 공식적인 ‘세금’ 보다는 ‘조세 부담율’을 지칭한 것이란 추론이 일반적 입니다.

예컨대 특히 비싸기로 소문난 ‘건강보험료’ (연방정부 기능을 셧다운케한 ‘오바마 케어’ 때문에 국내에도 많이 알려졌습니다.) 자동차세 등 갖가지 ‘준조세적’ 성격의 것들을 포함한다는 설명입니다.

현재 미국에선 고액소득자들에게 세 부담을 더 늘리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 차후 추신수의 세금 부담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예상입니다.

한편 개인 소득세 최고 세율에서 추신수가 말한 “세금이 45%”에 숫자로 딱 들어 맞는 국가로는 영국이 꼽힙니다. 영국은 2012년 연 15만파운드 (약 2억6000만원)를 넘어서는 소득액에 대해 부과하는 최고 소득세율을 40%에서 45%로 무려 5%P나 높였습니다.

대한민국 국회는 2013년 12월 31일 현재 소득세 최고 세율인 38% 적용기준을 연봉 3억원 초과분에서 1억5000만원 초과분으로 하향하는 법안을 의결했지요. 관련기관에 따르면 이 같은 종합소득세 최고 과표 조정에 따라 최고 세율을 적용받는 대상은 12만4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