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中 '그림자 금융' 5200조원…금융위기의 전조?
지난해 중국 전체 대출에서 장부상에 기재되지 않거나 당국의 관리를 제대로 받지 않은 ‘그림자 금융’의 비율이 30%에 달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액으로는 5조7000억위안(약 1003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자산관리상품(WMP) 등 대출 외의 다른 그림자 금융 상품을 합하면 최대 5200조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경제가 과거와 같이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높은 이자를 물리는 대출 규모가 커지자 연쇄 부도에 따른 금융위기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빠르게 늘어나는 그림자 금융
인민은행이 지난 15일 발표한 지난해 융자총액은 17조3000억위안이다. 이 중 은행 대출은 2009년 69%에서 지난해 51.4%에 그쳤다. 반면 일반적으로 그림자 금융으로 분류되는 위탁 대출 등의 비율은 30%로 전년보다 7% 늘었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그림자 금융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없다. 주요 20개국(G20) 산하 금융안정위원회는 ‘은행권 밖에서 은행과 비슷한 신용중개 기능을 제공하지만 엄격한 관리를 받지 않는 금융’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중국에서 그림자 금융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첫째는 은행이 주체가 되는 그림자 금융과 제2금융권 대출이다. 예를 들어 은행이 대출채권을 신탁회사에 넘기면 이것을 상품으로 만들고, 은행이 이를 다시 사들여 판매하는 금융상품이다. 흔히 자산관리상품(WMP)이라고 불리는 파생상품이다. 둘째는 사채나 전당포와 같은 민간 대출이다.

인민은행이 발표한 5조3000억위안은 그림자 금융의 일부다. 그림자 금융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도 없다. 중국 정부는 14조6000억위안을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최대 30조위안에 달할 것으로 본다. 각각 국내총생산(GDP)의 약 30%, 50% 수준이다.

2008년 이후 중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는 두 배 이상 늘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중국은 정부 통제에 따라 예금금리가 3% 이하로 물가를 감안하면 제로금리에 가깝다. 해외 투자도 제한돼 있다. 결국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WMP와 같은 파생상품에 몰린다. 둘째로 민간 기업들은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어렵다. 중국에는 약 900만개의 민영기업이 있고 이들이 차지하는 GDP 비중이 60%에 달하지만, 전체 은행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대다수가 그림자 금융에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그림자 금융이 너무 커지자 지난해부터 돈줄 죄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시중 단기금리가 폭등하자 서둘러 유동성을 다시 풀었다. 결국 지난해 중국의 화폐(M2) 증가율은 목표치(13%)를 넘어서는 13.6%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전조” vs “통제 가능”

그림자 금융의 최대 추산치인 30조위안은 한화로는 5200조원이 넘는다. 이 돈이 제대로 관리가 안 될 경우 초대형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수익성 낮은 대형 국유기업은 싼값에 대출을 받는 반면 중소기업은 높은 이자에 시달리고 있다”며 “대출이 전혀 통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중국의 지방정부 부채 17조9000억위안 중 11%는 그림자 금융”이라고 전했다. 지방정부가 인프라에 비효율적으로 투자한 사례가 많은 만큼 그림자 금융 대출이 부실화되면 연쇄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는 반론도 있다. 전병서 중국금융경제연구소장은 “한국과 미국의 GDP 대비 그림자 금융 비중은 100%, 160%이지만 중국은 최대 50% 정도”라며 “연쇄부도 사태가 발생해도 중국 정부는 돈을 찍어내 국유은행의 부도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오시쥔 인민대 교수는 “G20의 기준 자체가 중국에선 적용이 안 되는 것”이라며 “서구에서 그림자 금융으로 분류되는 소액대출, 사모펀드, 전당포 등은 중국에선 엄격한 관리를 받는다”고 반박한다.

■ 그림자 금융

재무제표상에 기재되지 않거나 은행권 밖에서 은행과 비슷한 대출 기능을 하면서도 엄격한 관리를 받지 않는 금융을 통칭한다. 중국에선 은행이 기업이나 개인의 돈을 받아 하는 위탁대출, 신탁회사가 은행의 대출채권을 유동화시켜 만든 자산관리상품(WMP), 사채 등 민간 대출이 여기에 해당한다.

남윤선/김동윤 기자/베이징=김태완 특파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