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6,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하는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앨런 길버트.
내달 6,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하는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앨런 길버트.
구스타프 말러,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레너드 번스타인, 피에르 불레즈, 주빈 메타, 로린 마젤….

20세기 음악사를 화려하게 수놓은 거장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을 맡았다는 점. 이 관현악단은 1842년 창단된 이래 172년 동안 63개국 432개 도시에서 연주했다. 2008년에는 마젤의 지휘로 평양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현재 뉴욕필하모닉의 수장은 앨런 길버트다. 뉴욕에서 태어났고 그의 부모는 이 악단의 단원으로 활동했다. 2009년부터 뉴욕필하모닉을 이끌고 있다. 길버트가 이끄는 뉴욕필하모닉은 내달 6, 7일 한국을 찾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한국경제신문이 창간 50주년을 맞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과 함께 주최한다.

방한에 앞서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만난 길버트는 “유럽의 고전음악과 역동적인 20~21세기 미국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할 것”이라며 “한국 관객에게 뉴욕필하모닉의 폭넓은 연주를 들려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길버트가 뉴욕필하모닉과 함께 한국을 찾은 것은 2009년 취임 첫해 이후 두 번째다.

6일 공연은 유럽 작곡가의 작품으로 꾸몄다. 베토벤 ‘피델리오’ 서곡과 피아노 협주곡 3번,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을 들려준다. 7일은 평소 공연장에서 접하기 힘든 미국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뉴욕필하모닉이 세계 초연한 번스타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교향적 무곡과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 ‘파리의 미국인’ 등을 연주한다. 뉴욕필 상주 작곡가인 크리스토퍼 라우즈의 ‘랩처(Rapture)’도 한국에서 초연한다.

길버트는 “뉴욕필하모닉이 거슈윈의 작품에 생동감 있고 재미있는 재즈풍의 접근을 하고, 수십년 동안 번스타인과 일하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에너지와 추진력을 보여준 것이 사실”이라며 미국 작품을 연주하는 데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런 점은 유럽의 작품을 연주할 때도 똑같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프로그램은 “이 오케스트라가 어떤 곡을 연주하든지 열정과 헌신으로 통찰력 있는 연주를 해낸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구성”이란 설명이다.

길버트는 취임 이후 현대 음악으로 레퍼토리를 확장하는 것은 물론 뮤지컬, 발레, 비디오아트 등으로 활동 범위를 늘려왔다. 현대음악을 발굴하는 ‘콘택트!(CONTACT!)’ 시리즈나 올해 초 선보일 뉴욕필하모닉 비엔날레, 발레와 비디오아트, 뉴욕필하모닉의 스트라빈스키 발레곡 연주가 융합된 ‘댄서의 꿈’ 등 참신한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다. 길버트는 “오케스트라 공연의 정의를 확장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며 “이 시대의 주목할 만한 흥미로운 음악가, 작곡가들과 예술적 연대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뉴욕필의 특성에 대해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곡을 연주하며 지휘자의 변화무쌍한 해석에도 놀라운 적응력으로 연주한다”며 극찬했다.

뉴욕필하모닉과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김다솔·오조네

베토벤부터 번스타인까지…무한 진화한 172년 교향악
뉴욕필하모닉의 이번 내한 공연에선 2명의 피아니스트가 협연자로 나선다.

2월6일에는 한국의 차세대 연주자 김다솔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한다.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 게자 안다 국제콩쿠르, 뮌헨 ARD 국제음악콩쿠르 등에서 수상한 그는 지난해 금호아트홀 상주 음악가로 선정돼 고전 음악부터 현대, 재즈 음악까지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김다솔은 지난해 초 독일 함부르크에서 앨런 길버트 뉴욕필하모닉 음악 감독을 만나 일종의 ‘오디션’을 치렀다. 김다솔은 당시 쇼팽의 발라드 4번을 연주했고 길버트는 얼마 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을 통해 그와 함께 연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했다.

이튿날 무대에 오르는 협연자는 일본 피아니스트 마코토 오조네다. 그는 뉴욕필하모닉과 함께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를 연주할 계획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