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파리의 IT이야기] 크롬북의 공습…'윈도 왕국' 위협할 수 있을까
크롬북이 ‘윈도 왕국’을 위협할 수 있을까? 새해 들어 크롬북이 부쩍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CES 2014’에서 일본 도시바가 첫 크롬북 제품을 내놓았고, 세계 최대 PC 업체인 중국 레노버는 “올해 크롬북을 적극 밀겠다”고 밝혔다. ‘2014년은 크롬북의 해가 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지금까지 크롬북을 내놓은 업체는 삼성전자 에이서 HP 레노버 델 도시바 구글 등 7개. 대만 에이수스와 일본 소니도 조만간 크롬북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노트북 업체 중에서는 애플을 제외하곤 거의 모두 참여했다고 할 수 있다.

크롬북은 운영체제(OS)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대신 구글 크롬을 탑재한 노트북이다. 각종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하드디스크가 아닌 ‘클라우드’(구글 서버)에 저장한다는 점, 가격이 30만~40만원으로 저렴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2011년 여름 삼성과 에이서가 첫 제품을 내놓은 뒤 돌풍을 일으키진 못했지만 학교를 중심으로 꾸준히 세를 키워가고 있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노트북은 1위 삼성 크롬북, 2위 에이서 크롬북이었다. ‘갖고 싶은 노트북’에서도 크롬북이 첫째로 꼽혔다. 시장조사기업 NPD그룹이 작년 1~11월 미국 ‘커머셜 채널’(학교 기업 등)의 노트북 판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크롬북 점유율이 1년 전 1% 미만에서 21%로 치솟으며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세계 PC 판매 대수는 태블릿이 수요를 잠식함에 따라 10%나 감소했다. 이런 와중에 크롬북이 이처럼 선전한 것은 단순히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가격이 저렴하기는 2010년 아이패드 등장 직전에 돌풍을 일으켰던 ‘넷북’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넷북은 태블릿에 먹힌 반면 크롬북은 태블릿 돌풍 속에서 시장 한편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가격 이외에 크롬북에서 주목할 점은 ‘클라우드 노트북’이란 사실이다. 요즘엔 모바일 업무환경을 구축해 이동 중에도 보고하거나 결재할 수 있게 한 기업이 많다. 문제는 노트북을 분실하면 중요한 파일도 함께 잃고 기밀 유출 위험까지 있다는 점이다. 크롬북은 이런 우려가 없다. 파일이 클라우드에 저장돼 있어 파일 분실이나 기밀 유출 우려가 없다.

크롬북이 학교나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서서히 확산되는 이유는 한두 가지가 더 있다. 크롬북의 경우 유지 보수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비용도 적게 든다. 각종 소프트웨어가 클라우드에 올려져 있기 때문에 크롬북은 항상 최신 상태를 유지한다.

또 본인의 구글 계정으로 접속하면 어떤 크롬북에서도 자신이 늘 접하는 컴퓨팅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다. 북마크도 그대로고 바탕화면에 깔린 앱(응용프로그램)과 익스텐션(확장 프로그램)도 그대로다.

올해 상반기에는 크롬북이 쏟아져 나온다. 이달 말에는 델이, 다음달에는 도시바가, 봄에는 소니가 크롬북을 내놓는다. 이달 말께 에이수스가 크롬북을 공개한다는 소문도 있다. 레노버 미국법인 사장은 최근 “12개월 이내에 시장이 부쩍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트너는 크롬북 시장이 작년 184만대, 금년 479만대, 내년 800만대로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크롬북 위협이 가시화되자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크롬북 문제점을 나열한 영상 광고를 만들었다. 이 영상에서 지적한 대로 크롬북은 인터넷이 없으면 무용지물이고,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프로그램 등 다수의 응용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없다. 한국에서는 아래아한글을 쓰고 읽을 수 없고 전자정부 전자금융 전자거래를 이용하기도 불편하다.

가장 큰 문제는 크롬북을 사용하다 보면 크롬 브라우저, 구글드라이브, G메일 등 구글 서비스에 함몰된다는 점이다. 구글이 PC 시대의 마이크로소프트보다 훨씬 강력한 ‘모바일 시대의 독재자’로 등장할 위험도 있다. 크롬북 제조사 입장에서는 안드로이드 폰과 태블릿에 이어 노트북에서도 구글에 종속된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크롬북을 주목하는 것은 여러 가지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광파리의 IT이야기] 크롬북의 공습…'윈도 왕국' 위협할 수 있을까
실리콘밸리에서 제로데스크톱이란 신생기업을 경영하는 송영 대표는 “미국 교육시장에서 크롬북이 선전하는 걸 자주 목격했다. 구글닥스, G메일 등을 널리 보급시켜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후 침투시킨 전략이 주요했다”며 “접속 인프라(무선 인터넷)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