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4분기 '어닝 쇼크' 수준의 성적표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7일 연결기준으로 지난해 4분기 매출 59조원, 영업이익 8조3000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 분기보다 0.14% 줄었고, 영업이익은 18% 급락했다. 이로써 지난 3분기 기록한 분기 영업이익 10조원 신화는 한 분기 만에 깨졌다

◆ IM부문, 판매량 늘었지만 수익성 문제

실적 악화의 주 요인은 IT&모바일(IM) 부문의 수익성 악화로 풀이된다. IM 영업이익은 지난 분기보다 19% 떨어진 5조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갤럭시 스마트폰을 앞세워 삼성전자 전체 실적을 견인해왔던 IM은 지난 3분기부터 수익성이 꺾이며 시장의 우려를 낳았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고가 대신 중저가 제품 위주로 판매 축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삼성전자 주가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JP모건 보고서 역시 "고가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삼성전자 IM 부문 이윤도 줄어들 것"이라며 "이익 압박과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하락은 필연적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4분기 9500만대 가량의 스마트폰을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8840만대를 판 3분기보다 늘어났지만 수익성은 하락한 것으로 시장은 받아들이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물량증가보다는 수익성이 문제"라며 "4분기를 놓고 보면 고가 스마트폰인 갤럭시S4가 약했고, 갤럭시 노트3는 이를 메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신경영20주년 특별상여금과 재고조정 등 일회성 비용도 실적에 영향을 줬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신경영20주년 기념으로 전제 임직원들에게 7000억원에 달하는 상여금을 지급했다.

송종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4분기 실적은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모두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어닝쇼크 수준"이라며 "대규모 성과급을 고려하더라도 IM부문의 수익성 악화가 쇼크의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 올 1분기 후 반등 나서나…시장 전망 엇갈려

3분기부터 살아나기 시작한 반도체 부문은 이번 분기에도 2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예상된다. TV와 생활가전, 디스플레이 부문은 각각 1000억원, 5000억원에 머물러 부진한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부터 상승세로 돌아설 것인지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린다. 일회성 비용이 사라지는 1분기에는 9조원대 영업이익을 회복하고, 갤럭시S5가 출시되는 2분기 10조원 대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었다는 부정적 의견도 적지않다.

이선태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는 일회성 비용과 마케팅 비용이 감소할 것"이라며 "메모리 시장의 호조를 감안할 때 반도체를 중심으로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4분기를 저점으로 실적이 올라가고 경쟁력도 재부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윤 키움증권 연구원도 "당분간 주가 조정을 불가피하지만 1분기 이후 반도체 사업부 위주로 실적 개선세가 확인되면 반등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송 연구원은 "삼성전자 실적은 당분간 안 좋을 것"이라며 "1분기에도 뚜렷한 신제품이 없는 등 실적이 개선될 요인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갤럭시S5가 나오는 2분기에는 1분기보다 나아지겠지만 장기적인 성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어닝 쇼크에도 불구하고 보합권을 유지하고 있다. 오전 9시39분 현재 전날보다2000원(0.15%) 떨어진 130만5000원을 나타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