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 회복하거나 환율 안정돼야 외국인 복귀할 듯
지난해 12월 외국인 순매도 규모 아시아 7개국중 최대

새해 벽두 증시에서 외국인의 '팔자' 위력이 무섭다.

외국인은 새해 들어 매일 3천억원 넘게 순매도하면서 증시 급락을 주도해 '1월 효과'에 들떴던 투자자들은 고배를 마셨다.

첫 거래일 아침 리포트에서 1월 코스피 범위의 하단을 1,970~1,980으로 전망한 증권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전망치 하단을 뚫고 내려갔다.

전문가들은 '엔저-원고'가 심해졌다고 해도 좀처럼 예상하기 어려웠던 시장 흐름이었다며 경기 회복과 환율 안정 등 여건이 조성돼야 외국인이 국내 증시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했다.

◇ 외국인 이틀 내리 3천억씩 순매도…12월 이어 '이탈' 가속화?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새해 첫 거래일인 2일 3천136억원, 3일에는 3천121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기관까지 팔자 대열에 동참하면서 주가는 무너져내렸다.

작년 폐장일에 12월 순매수 규모로는 가장 많은 1천167억원을 사들인 외국인이 해가 바뀌자 급변한 것이다.

2001년 이래 새해 첫 거래일에 외국인이 순매도를 보인 사례는 2003년과 2012년 두 차례에 이어 2014년이 세 번째다.

그러나 올해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2012년 첫 거래일의 3배나 됐다.

외국인이 매도 우위로 돌아선 건 '바이 코리아' 행진이 역대 최장인 44일을 찍은 작년 10월30일 이후부터 시작됐다.

월간 순매도액은 작년 11월 1천883억원에서 12월 1조7천28억원으로 확대됐다.

작년 12월에는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에다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 엔저 심화 등 악재가 외국인 이탈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의 12월 '셀 코리아'는 아시아 주요국 중에서 가장 강했다.

국제금융센터가 한국·대만·인도·태국·필리핀·인도네시아·베트남 등 7개국 증시에서 12월 외국인 투자 추이를 분석한 결과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한국이 16억8천400만달러로 가장 컸다.

순매도액은 태국의 12억6천100만달러보다 4억달러 이상 많다.

반면 외국인은 작년 12월에 인도(26억200만달러)와 대만(13억9천400만달러) 증시에선 순매수를 보였다.

국제금융센터는 보고서에서 "한국에 투자하는 대표적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이머징마켓(iShares EM) ETF에서 11월 15억달러에 이어 12월에 14억달러가 각각 환매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언급했다.

11월 수출증가율이 낮아진 상황에서 엔화 약세와 기업실적 둔화 우려, 낮은 배당수익률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 외국인 언제 돌아올까…경기 회복 강도·엔저 속도가 변수
증시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과 엔저 속도 조절 등 긍정적인 시그널이 나타나면 외국인이 국내 증시로 복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글로벌 펀드 편입비중 분석을 통해 한국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회복될 수 있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내놨다.

우선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의 로테이션을 꼽았다.

임은혜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의 컨센서스는 선진시장 비중 확대와 신흥시장 비중축소이지만 선진-신흥시장 간 수익률 격차를 좁혀야 하는 상황이 오면 신흥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이 진행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외국인 매수 전환 여부의 계기는 경기 회복의 강도를 가늠할 거시지표 변화가 될 것으로 봤다.

1월 말과 2월 초 발표될 미국과 중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 등 지표가 개선세를 보이고 특히 중국의 실적이 기대를 웃돌면 신흥국으로의 자금 이동이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연구원은 또 엔화 약세의 강도가 덜해지면 외국인의 귀환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엔화 약세가 심화하자 신흥국 증시에서 상대적으로 타격이 큰 한국이 투자 우선순위에 밀리고 대만으로 투자자금이 쏠렸다.

국제금융센터도 올해 신흥국 증시는 경기 회복 속도와 환율 수준, 정책 동향 등에 따라 차별화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해외 기관은 신흥국 중에서도 아시아 증시에 주목할 것으로 언급하면서 아시아 증시 중에서도 한국과 중국을 선호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노무라와 씨티, 크레디트스위스는 미국에 대해선 '비중축소' 의견을 내놨으나 아시아에 대해선 '비중확대' 쪽에 무게를 실었다.

모건스탠리와 크레디트스위스는 올해 말 코스피 목표치를 각각 2,200, 2,400으로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