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에 지어진 프륌 본사 건물
19세기에 지어진 프륌 본사 건물
독일 중서부 끝자락에 있는 스톨베르크. 오래된 산업단지 안에 있는 프륌(Prym)에 도착하자 고성처럼 생긴 건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30년째 일하고 있는 여성 임원인 헤디 엘렌 상무는 “이 건물은 19세기에 지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에는 오래된 기업이 많다. 독일경제신문 한델스블라트는 2011년 독일의 장수기업을 발표한 적이 있다. 와인잔업체 포슁어는 1568년, 은행인 베렌베르크방크는 1590년, 수제화업체 에드마이어는 1596년 문을 열었다. 이들이 독일 최고(最古)기업으로서 2~4위를 차지했다. 200년이 넘은 기업도 800여개에 이른다.

그러면 가장 오래된 기업은 어디일까. 프륌이다. 1530년 창업해 484년을 이어왔다. 프륌은 단추 바늘 등을 만드는 업체다. 이 중 청바지 등에 들어가는 스냅버튼(똑딱단추)은 개당 200원이다. 이런 단추와 바늘 등을 팔아 2012년에 거둬들인 매출은 3억6400만유로에 이른다. 5000억원이 넘는 액수다.

프륌은 빌헬름 프륌이 아헨에서 창업했다. 이곳에서 구리를 캐내 제련하는 사업을 했다. 개신교였던 프륌 가문은 가톨릭이 지배하던 아헨을 피해 인근 스톨베르크로 이전했다. 그 뒤 단추 바늘 등으로 조금씩 사업을 확장하고 최근에는 이들 재료를 활용한 전자부품 자동차부품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이들은 전혀 다른 분야가 아니다. 금속을 납작하게 만들면 단추가 되고, 가늘게 만들면 바늘이 된다. 얇은 판으로 만들면 각종 전자부품이나 자동차부품이 된다.(→단추와 차부품이서로 다른 분야가 아닌 이유) ‘관련사업 다각화’인 셈이다. 이 회사의 인원은 3500명이고 스톨베르크 본사에만 700여명이 일하고 있다.

이 회사는 3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컨슈머와 패션, 이노반이다. 컨슈머는 일반적인 단추 바늘 핀 등을 만든다. 패션은 다양한 디자인의 패션단추 등을 만든다. 단추 중에는 온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제품도 있다. 이노반은 자동차부품 전자부품 등을 만든다.

이 회사는 어떻게 장수할 수 있었을까. 첫째, 꼭 필요한 제품을 생산한다. 단추가 없는 옷은 생각할 수 없다. 엘렌 상무는 “우리는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귀담아 듣고 그것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둘째, 차별화된 기술이다. 끊임없는 연구개발의 성과다. 이 회사가 만드는 금속성 단추는 모서리가 아주 매끄럽다. 엘렌 상무는 “만약 끝부분이 거칠면 옷감이 상한다”며 “이런 미세한 차이가 프륌의 기술”이라고 말했다. 프륌의 단추는 중국이나 동남아산 단추에 비해 2~3배 이상 비싸다.

셋째는 글로벌화다. 유럽 아시아 북미 등 35곳에 공장 및 판매망을 운영한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해외시장에서 제값을 받고 파는 게 이 회사의 핵심전략이다.

스톨베르크=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