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 등 외식 창업에 뛰어드는 베이비부머 은퇴자들이 늘고 있지만 정확한 정보도 없이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이 낭떠러지인지도 모르고 달리는 자동차와 같죠. 체계적인 외식업 자료를 구축해 창업자들을 위한 ‘내비게이션’을 만들 겁니다.”

다음달 출범 2년을 맞는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초대 사령탑을 맡아 이 연구원을 이끌어온 장수청 미국 퍼듀대 종신교수(호텔관광학과·54·사진)는 올해 외식 분야에서 인생 2막을 여는 국내 은퇴자들에게 우려와 희망을 함께 던졌다. 지난달 31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한 그는 “한국 외식업은 진입 장벽이 낮지만 경쟁이 너무 심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근처에 설렁탕집이 없으면 설렁탕 식당을 차리는 등 창업자들이 간단한 정보만 갖고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 내 호텔·외식 부문 최고 학술지로 꼽히는 ‘저널 오브 호스피탤리티 앤드 투어리즘’이 평가한 관광경영연구 랭킹 1위에 오른 장 원장의 대안을 뭘까. 무엇보다 창업자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종합 외식산업 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식업 정보 인프라인 ‘한국외식업정보시스템’을 만들어 42만여명의 외식업중앙회 소속 자영업자에게 이를 제공할 것입니다. 기본 시스템 구축은 지난달 끝냈습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자료 수집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이 시스템에는 지역과 업종별로 가격, 비용, 수익 등에 관한 자료가 수록될 것이라고 장 원장은 밝혔다. 그는 “지리정보시스템(GIS)과 결합해 ‘외식업 상권지도’로 만들 수도 있고, 구제역 같은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외식업에 미치는 영향을 산출하는 등 다양하게 재가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원장은 “그동안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보니 많은 정책이 체계적인 통계보다는 경험에 의존해 도출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자영업 실패를 줄이면 그만큼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창업자도 직접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수익성에 대해 고민하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유망 외식업으로는 1, 2인 가구를 고려한 소규모 식당을 꼽았다.

그는 “미국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지만 화상회의로 연구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호텔관광학 석사, 퍼듀대에서 박사를 받았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