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사태 2심, 법정공방 사실상 매듭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부장판사 임성근)는 26일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65)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로써 3년 이상 끌어온 ‘신한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무죄에 가까운 판결을 받은 신 전 사장 쪽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는 동시에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아 여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신 전 사장의 벌금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그는 금융회사 임원으로 취업할 수 있어 금융계 복귀도 가능해진다. 금융회사 임원 취업이 제한되는 경우는 금융 관련 법령 위반은 벌금형 이상, 일반 형법은 금고형 이상인데 신 전 사장은 형법(특정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벌금형을 받았기 때문이다.

○3년 공방 사실상 일단락

서울고등법원은 신 전 사장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한 것과는 달리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61)에게는 원심과 같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신 전 사장이 재일동포 주주 양모씨로부터 기탁금 2억원을 수수했다는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혐의를 1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했다. 438억원을 부당 대출했다는 혐의 역시 원심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신 전 사장이 고 이희건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자문료 이용에 대한 포괄적 권한을 위임받아 2008년 2억6100만원을 횡령한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 돈은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지시로 서울 남산에서 모처로 전달된 3억원을 조성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행장에 대해서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재일동포 주주에게 5억원을 받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정원 전 신한데이타시스템 사장과 한상국 전 신한은행 부장은 원심대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고소 경위와 의도에 석연치 않은 점이 엿보이고 고소 내용도 대부분 사실이 아니었다”고 판시했다. 신 전 사장 측 주장대로 신한 사태가 처음부터 고의성을 갖고 시작됐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손해배상 등 여진은 계속될 듯

신 전 사장은 재판 후 “오늘 판결은 신한은행의 고소와 검찰의 기소가 무리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어 “신한 후배들한테 다소나마 오해를 풀게 돼 다행”이라며 “신한의 고소와 라 전 회장의 알츠하이머병 주장이 재판을 통해 거짓임이 탄로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2심 판결로 95% 명예 회복을 한 셈”이라며 “나머지 5% 명예 회복을 위해 상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9월 신한은행이 신 전 사장을 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시작된 신한 사태의 법적 공방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아직 3심이 남아 있긴 하지만 법률 적용에 잘못이 있는지만 살피는 법률심인 만큼 2심에서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은 끝난 셈이다.

하지만 여진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신 전 사장 측이 신한은행 등에 ‘책임론’과 ‘배상’을 요구하고 나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신 전 사장 측 관계자는 “재판 결과 은행 측의 고소사항은 모두 무죄로 판결났다”며 “조직과 개인에 큰 상처를 준 만큼 책임 규명과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고인들의 정신적·물질적 배상 요구 및 각종 소송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에게 넘어갔다. 한 회장은 이날 판결 직후 “라 전 회장과 신 전 사장, 이 전 행장 등을 조만간 만나볼 생각”이라며 “신 전 사장과는 따로 통화해 이런 생각을 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사자들의 구체적 의견을 직접 확인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해보겠다”며 “임직원들에게 파장을 불러온 신한 사태가 2심 선고를 계기로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장창민/양병훈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