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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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갤S4 '주춤'…삼성전기·디스플레이·SDI '시름'
‘갤럭시S4’발 쇼크가 삼성 전자계열사를 덮치고 있다.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의 4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미쳤던 지난 3분기보다 더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월 700만대 이상 팔릴 것으로 기대했던 갤럭시S4 판매대수가 4분기 들어 월 300만~400만대 수준에 그치면서 매출은 줄고 재고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내년에는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의 수요가 더 정체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

26일 전자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4분기 영업이익은 500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4분기 144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올 3분기에 1643억원을 벌어들인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토막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일부 사업부는 월별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은 당초 삼성전기의 영업이익을 1500억원 이상으로 전망했으나 최근 앞다퉈 예상치를 낮추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20일 4분기 삼성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당초 1530억원에서 552억원으로 대폭 줄였다.

이는 카메라 모듈, 회로기판 등 고가부품을 사주던 삼성전자가 갤럭시S4 판매부진으로 주문을 대폭 줄인 탓이다. HMC투자증권에 따르면 갤럭시S4는 지난 2분기 2050만대 팔렸으나 3분기 1450만대, 4분기에는 1000만대 판매에 그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는 당초 예상보다 최대 월 300만대나 줄어든 수치다. 지난 10월부터 애플의 아이폰5S와 5C가 본격적으로 팔리며 시장을 잠식한 게 주요 원인이다. 아이폰은 4분기에만 5400만대가량 판매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최근 중국 최대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도 아이폰을 취급하기 시작해 타격은 더 커질 수 있다.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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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S 시리즈는 대당 평균 판매가(ASP)가 500~600달러를 넘는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이면서도 매월 수백만대씩 팔리는 베스트셀러여서 삼성전자뿐 아니라 전자계열사들의 돈줄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같은 갤럭시S4 판매가 예상에 못미치자 미리 많은 돈을 투자하고, 상당량의 부품을 생산해놓은 계열사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도 자체 수익률 확보를 위해 3분기부터 부품 구매가를 대폭 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4분기 들어 갤럭시 시리즈의 생산을 대폭 줄이면서 관련 부품 주문이 급격히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삼성전기의 경우 카메라모듈은 수익성이 높은 1300만 화소급 비중이 낮아질 것으로 보이고 캐시카우인 휴대폰 회로기판 출하량도 예상치를 하회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기뿐 아니다. 갤럭시S4에 쓰이는 OLED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도 4분기 영업이익이 3분기(9770억원)의 절반 수준인 4000억~5000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변한준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재고 정리와 연구개발 비용 증가로 삼성디스플레이의 실적 하향 조정폭이 당초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며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영업이익)은 10조원을 밑돌아 시장 예상치를 하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SDI도 갤럭시S4에 탑재되는 배터리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회사는 최근 BMW i3 등에 들어가는 전기차 배터리 매출 증가 등으로 4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소폭 늘어난 3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보고 있다.

김현석/송형석/심성미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