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마, 싱가포르서 본다
한국마사회가 경마 콘텐츠를 처음으로 수출했다.

한국마사회는 15일 경기 과천시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 그랑프리 대상경주(우수한 말만 골라 으뜸을 가리는 경주)실황을 싱가포르 크란지 경마장과 17개 장외발매소에 생중계했다. 싱가포르 관람객들은 한국에서 열린 그랑프리 경주 실황을 보며 베팅했다.

이번 그랑프리 생중계는 지난 5일 마사회가 싱가포르 터프클럽과 맺은 경마 실황 시범 송출 협약의 첫 단계다. 마사회는 싱가포르 전체 베팅액의 2%를 수수료로 벌어들였다. 복권, 스포츠토토, 경마, 경륜, 경정, 카지노, 소싸움 등 한국의 7개 합법 사행산업 가운데 콘텐츠를 수출한 것은 경마가 유일하다.

마사회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싱가포르에 한국 경마의 주요 경주를 동시중계할 계획이다. 지난해 약 1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싱가포르 경마는 자체 경마만으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외국 경마 콘텐츠를 수입하고 있다.

마사회는 아직 내년 전체 경마 실황 중계 규모를 정하지 않았지만 한국 경주에 대한 싱가포르 베팅액 전체의 2~3%를 수수료로 받을 예정이다. 마사회는 이를 통해 내년에 최소 22억원을 싱가포르에서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성원 한국마사회 사업관리처장은 “경마 실황의 싱가포르 수출은 한국 경마가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품질을 갖췄다는 의미”라며 “경마가 한류 상품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마사회가 추진 중인 ‘경마 국제화’는 최근 2년여 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마사회는 사상 처음으로 국산 경주마 3마리를 2011년 11월 말레이시아에 수출한 데 이어 작년 11월에 말레이사아에 6마리를 더 내보냈다.

올 6월에는 마카오에도 2마리를 수출했고 작년 12월부터 아시아 최대 말시장인 중국에 수출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지난 11월에는 2016년 개장할 베트남 경륜장에 마사회의 마권발매시스템을 수출하는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경마 자체의 경쟁력도 인정받고 있다. 서울경마공원의 서범석 감독은 지난 7월 한국보다 경마 수준이 한 단계 위인 마카오 경마장에 진출해 11월엔 첫 승을 거두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열린 한·일 경마교류전 2차전에선 한국 경주마 ‘와츠빌리지’가 일본 경주마를 누르고 1위로 들어왔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