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블루칩에 거센 女風…100년 유리천장 깨졌다
‘블루칩(우량 기업)의 100년 묵은 유리천장이 깨지고 있다.’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가 11일 105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지명하자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이같이 보도했다.

내년 1월부터 GM을 이끌 메리 바라 부사장(51)은 버지니아 로메티 IBM CEO(56), 마릴린 휴슨 록히드마틴 CEO(59)와 함께 ‘100년의 유리천장’을 뚫은 여성 경영인 대열에 합류했다. GM과 IBM, 록히드마틴은 각각 자동차, 컴퓨터 하드웨어, 방위산업 분야에서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미국의 대표 블루칩이다. 또 이공계 인재들이 활약하는 전형적인 ‘남자들의 영역’으로 분류돼왔다. WSJ는 “자동차 업계까지 여성 리더가 등장하면서 산업 전 분야의 여풍(女風)은 더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美 블루칩에 거센 女風…100년 유리천장 깨졌다
세 명의 여성 CEO는 모두 30년 이상 한우물을 팠다는 점에서 닮았다. 전기공학도였던 바라 부사장은 18세 때 GM의 인턴직부터 시작했다. 아버지 역시 폰티악 차량 생산라인에서 금형 기술자로 39년을 재직한 대표적인 ‘GM 패밀리’다.

휴슨 CEO는 1983년 선임 엔지니어로 입사해 계열사인 에어로노틱스 부사장, 물류서비스 부문 사장, 시스템 통합 부문 대표 등을 지냈다. 직위가 18번 바뀌고 근무지가 바뀌는 통에 여덟 차례에 걸쳐 이사를 하는 등 부침을 딛고 지난해 CEO 자리에 올랐다. 2011년 취임한 로메티 CEO 역시 1981년 입사해 시스템 엔지니어를 거쳐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올라온 경우다.

위기를 만났을 때 정면돌파하는 성향도 비슷하다. 엔지니어 출신인 바라 부사장은 개발담당 부사장으로 일하면서 자동차 모델별 담당 인원을 3명에서 1명으로 감축하고 생산 단계를 줄이는 등의 비용 절감을 했다. 휴슨 CEO는 취임 직후 정부의 재정절벽 위기를 맞닥뜨리자 조직 통합과 임금 삭감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로메티 CEO 역시 하드웨어 회사인 IBM을 소프트웨어 회사로 바꾸겠다는 전략을 내세워 과감한 혁신을 시도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현재 미국의 여성 임원 비율은 14%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블루칩을 모은 포천 500대 기업으로 범위를 좁히면 이 비율은 4.2%로 뚝 떨어진다. 또 기업문화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정보기술(IT)이나 패션 기업에 쏠려 있다. 머리사 메이어 야후 CEO,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 케이티 스탠턴 트위터 부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명품 브랜드 토리버치의 CEO이자 디자이너인 토리 버치는 ‘2014 이코노미스트 세계경제 대전망’ 기고문을 통해 “여성 사업가는 앞으로 세계 경제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내년은 여성 권리 신장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