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80대 노부부가 안락사 금지법을비판하면서 동반자살해 안락사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 모두 86세인 베르나르와 조르제트 카제 부부는 지난 22일 파리 시내 한 호텔 방에서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프랑스 검찰에 남긴 편지에서 “평생을 일했는데 이렇게 잔인하게 죽을수 밖에 없느냐”면서 “법이 약을 먹고 평온하게 죽을 수 있는 권리를 보호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아들에게 국가를 상대로 안락사를 허용하는 소송을 제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전직 고위공무원 출신인 베르나르는 부인과 결혼해 60년 이상 함께 살아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들은 “부모님이 죽음보다 사별이나 남에게 의존하게 되는 것을 더 두려워하셨다”라고 말했다.

현재 프랑스에서 안락사는 불법이지만 2005년부터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환자에 한해 본인의 의지에 따라 치료를 중단할 권리는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의사의 도움을 받아 편안하게 죽을 권리를 허용해야 하는지를 두고 사회적인 논란이 일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안락사 허용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으나가톨릭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 결과 프랑스인의 56∼92%는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환자가 의료지원을 받아 자살하는 것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에서는 매년 3000명이 자살로 목숨을 끊고 있으며 이 중 30%는 65세 이상 노인이다. 85세 이상의 자살률은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4배가량 높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