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골퍼를 후원한 기업들은 어떤 성적표를 받았을까. 인지도가 낮은 기업 가운데 투자 대비 엄청난 후원 대박을 터뜨린 곳이 있는 반면 선수단을 구성해 작심하고 후원에 나섰으나 부진을 면치 못한 대기업도 많았다.

기업들의 후원이 집중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미국 LPGA투어를 능가하는 인기를 누리면서 홍보 효과가 대단했다. 소속 선수가 마지막날 선두로 나서 우승까지 이어질 경우 기업의 브랜드 노출은 기대 이상이었다. 선수의 우승 여부와 승수에 따라 기업들의 성적을 △대박 △성공 △무난 △부진으로 분류했다.

○박인비의 KB금융그룹 ‘대박’

박인비를 후원한 KB금융그룹은 더 바랄 게 없는 시즌이었다. 박인비는 미국 LPGA투어에서 63년 만에 메이저대회 3연승을 이끄는 등 시즌 6승을 올린 데다 한국 선수 최초로 올해의 선수상과 2연속 상금왕까지 거머쥐었다. 33주 연속 세계랭킹 1위도 질주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이 박인비에게 투자한 돈은 계약금과 인센티브를 합쳐 10억원이 채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영 KB금융 스포츠마케팅 팀장은 “내부적으로 박인비를 후원한 효과를 3000억원 이상으로 판단한다”며 “6개월 넘게 TV, 신문에 노출되고 해외에도 이름이 알려지는 등 어마어마한 홍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KB금융 소속의 양희영이 지난달 국내에서 열리는 유일한 미 LPGA투어 하나·외환챔피언십에서 첫 승까지 올리며 지난 3년간의 후원에 보답했다.

미래에셋은 KLPGA투어에서 3승을 거둔 김세영 덕에 대박이 났다.

김세영은 특히 올해 첫 대회인 롯데마트여자오픈과 최다 상금액을 자랑하는 한화금융클래식, 최고의 메이저대회인 메트라이프·한국경제KLPGA챔피언십 등 주목도가 높은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었다. 신지애는 미 LPGA투어 개막전인 호주여자오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KT는 KLPGA투어 상금왕, 대상, 다승왕 등 3관왕을 차지한 장하나의 맹활약과 1승을 올린 김하늘의 선전으로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요진건설은 김보경의 2주 연속 우승에 이어 변현민까지 우승하며 소속 선수들이 KLPGA투어에서 3주 연속 우승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정관장·하이트진로 한·일서 성공

정관장은 이보미가 일본(JLPGA)투어에서 2승을 거두면서 일본에서 브랜드를 알리는 데 성공했다. 양수진도 KLPGA투어에서 우승하며 제 몫을 해 투자한 돈이 아깝지 않았다.

하이트진로 역시 국내에서 전인지가 메이저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하고 막판까지 신인상 경쟁을 펼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아 홍보에 큰 도움이 됐다. 전미정은 일본에서 1승을 거두며 제 역할을 해줬다.

하나금융그룹도 유소연과 박희영이 미 LPGA투어에서 우승을 거둬 투자 이상의 재미를 봤다. 유소연과 김인경은 여자골프 세계랭킹 10위 안에 들며 이름값을 했다. 연 5억원의 계약금을 주고 김효주를 영입한 롯데도 성공작이었다. 김효주는 1승에 그쳐 아쉬움이 남았으나 시즌 내내 고른 활약을 펼치며 신인상과 평균타수상을 수상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이승현과 이미림이 KLPGA투어에서 우승을 거뒀고 강경남은 KPGA에서 정상에 올랐다. 여기에 ‘미녀 골퍼’ 안신애가 우승은 못했지만 매스컴에 자주 노출되면서 회사 홍보를 거들었다.

신한금융그룹은 강성훈이 시즌 막판 2개 대회 연속 우승하고 상금왕에까지 등극하면서 역전 홈런을 터뜨렸다.

○넵스, 하이마트 무난한 성적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대체로 무난한 성적표를 받아든 기업으로는 넵스가 꼽힌다. 넵스는 지난해 김자영, 양수진 등 ‘특급 선수’들을 거느리며 ‘후원 대박’을 터뜨렸으나 올해는 비교적 무명 선수들과 계약하면서 저조한 성적이 우려됐다. 그러나 김다나가 우승을 거두면서 회사의 ‘알리미’ 역할을 충실히 해줬다.

6명의 선수를 거느리고 있는 하이마트도 김지현의 우승으로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다. 볼빅은 국내에서 여자 선수 9명, 남자 선수 3명 등 총 12명을 후원했으나 한 명도 우승하지 못했다. 대신 이일희가 미 LPGA투어에서 우승을 하고 최운정과 포나농 파트룸(태국) 등이 좋은 활약을 보여 이를 만회했다.

LIG는 기대했던 양제윤과 최혜용이 부진하며 최악의 시즌이 예상됐으나 마지막 대회에서 이민영이 간신히 ‘위너스클럽’에 가입했다.

○롯데·LG·CJ·한화 등 대기업 부진


모든 선수가 후원받고 싶어하는 대기업들의 후원 성적표는 초라했다. LG는 연 5억원이 넘는 거액을 준 김자영이 무승에 그치며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냈다. CJ는 미국 PGA투어 최연소로 데뷔한 김시우를 후원했으나 나이 제한으로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CJ오쇼핑이 후원한 정연주 김지현 이동환 이경훈 등 6명의 선수도 우승컵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SK텔레콤도 최경주의 부진과 최나연의 무승으로 추운 겨울을 맞았다.

한화는 12명, 롯데마트는 5명으로 구단을 만들어 의욕적으로 출발했으나 한 명도 우승을 못하며 시즌 내내 매스컴 노출에서 소외됐다.

33주 '女帝' 지킨 박인비, 2014년 1월말까지 세계랭킹 1위 예약

미국 LPGA투어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박인비(25·KB금융그룹)가 세계랭킹 1위로 2013년 시즌을 마감한다.

올해의 선수상과 함께 상금왕 타이틀까지 차지한 박인비는 26일 발표된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11.79점을 받아 33주 연속 1위를 지켰다.

25일 CME그룹 타이틀홀더스 대회를 마지막으로 2013시즌 LPGA투어가 끝남에 따라 박인비는 올해 말까지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키게 된다. 내년 1월 말 바하마에서 개막전이 열릴 예정이어서 1월까지도 랭킹 1위 자리는 변함이 없을 전망이다. 최소한 45주 이상 1위 자리를 수성하게 됐다.

마지막 대회까지 박인비와 LPGA투어 상금왕을 다퉜던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은 11.08점으로 세계랭킹 2위에 자리했다. 스테이시 루이스(미국)가 3위(9.89점)를 차지한 가운데 타이틀홀더스 우승자 펑산산(중국)이 4위(7.02점)로 뛰어올랐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