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定礎)로 대장정…2016년에 6층 14.6m 높이로 완공

국내 현존하는 탑 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도 가장 큰 익산 미륵사 석탑이 100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난다.

문화재청과 전북도는 26일 오후 1시 익산시 금마면 미륵사지 현장에서 최종덕 문화재청 문화재정책국장과 전 조계총 총무원장 월주 스님, 박성일 전북도 행정부지사, 이한수 익산시장과 지역주민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미륵사지 석탑 복원 착수식'을 거행했다.

2016년 8월까지 계속할 복원의 대장정은 이날 탑 바닥 정중앙에 기둥 받침돌인 심초석을 안치하는 정초(定礎) 의식으로 시작을 알렸다.

북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중요무형문화재 제120호 이의상 석장 지휘 아래 광목천에 매단 무게 1.2톤짜리 방형 심초석은 탑 중심에 조심스럽게 안치했다.

이로써 국보 11호인 이 석탑은 일제강점기인 1915년 콘크리트로 보수한 이후 약 1세기 만에 콘크리트를 벗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문화재청은 이번 복원을 통해 석탑을 해체 보수 직전 모습에 최대한 가깝게 복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석탑은 6층(높이 14.6m)까지만 복원한다.

기단에서부터 2층까지는 온전하게 복원하며, 3층 이상은 이번 해체 보수 이전 상태를 최대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기단 기준이 한변 길이 12.5m인 미륵사 석탑은 기존 석부재를 최대한 활용해 복원하되 새로운 석재 사용은 최대한 자제하기로 했다.

탑 복원에 쓰이는 석재는 전체 무게가 1천800t에 이른다.

미륵사 석탑은 백제 무왕 시대에 처음 세울 때 모습이 어떠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9층이었다고 하지만, 이조차 추정에 지나지 않는다.

복원에 앞선 해체 발굴조사 과정에서도 원래 모습을 추정할 만한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를 짐작하기에는 이미 석탑 자체가 기단부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전체가 원래 모습을 잃어버린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석탑을 어떤 모습으로 복원할지를 두고 열띤 토론과 논란을 벌였다.

9층까지 복원하자는 안과 비교적 온전한 모습을 갖춘 2층까지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영철 국립문화재연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 시설사무관은 "미륵사 터를 비롯한 백제역사문화유적이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유네스코가 세계유산 등재의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는 진정성을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해체 이전 모습으로 복원이 결정됐다"면서 "애초 익산 지역 여론은 6층까지 온전하게 복원한다는 쪽이 우세했지만, 세계유산 등재 추진과 맞물려 여론 또한 바뀌었다"고 말했다.

미륵사 석탑은 1998년 구조안전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역사적 가치와 진정성 회복을 위해 이듬해 문화재위원회에서 해체 보수가 결정된 뒤 실제 해체는 2001년 10월31일 시작됐다.

이 와중에 2009년 1월, 1층 심주석에서 사리장엄(舍利莊嚴)이 발견되면서 석탑이 건립된 정확한 시기를 백제 무왕 때인 639년으로 확정했다.

아울러 이를 누가, 왜 건립했는지도 밝혀졌다.

모든 해체와 발굴조사는 2010년 완료됐다.

해체에서 발굴, 복원에 이르는 총사업비는 195억원이 들어간다.

복원 시작과 더불어 인근 미륵사지유물전시관에서는 국립문화재연구소, 전북도, 익산시가 공동 개최하는 '미륵사지 석탑 사리장엄 특별전'이 개막해 내년 3월 30일까지 계속된다.

(익산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