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규제에 반발] 12년 만에 나타난 이해진 "구글과의 역차별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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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사용자 3억 돌파 잔칫날 정부에 직격토로
해외기업과 싸워 1위 자리 올랐다
정부는 공정경쟁 할 수 있게 해줘야
해외기업과 싸워 1위 자리 올랐다
정부는 공정경쟁 할 수 있게 해줘야
12년 만에 기자들 앞에 선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적어도 구글과 같은 해외 기업과 비교해 역차별은 받지 않았으면 한다”며 “정부는 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25일 일본 도쿄 시부야의 라인 본사에서 열린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가입자 3억명 돌파 기념행사에서다. 그는 한국 기자들을 위해 마련된 경영진 질의응답 시간에 깜짝 등장해 “사람들은 네이버가 원래부터 1등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야후코리아, 라이코스 등 해외 사업자들과 싸워 이 자리에 오른 것”이라며 “인터넷은 다른 사업과 다르게 나라가 지켜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무한 경쟁이 펼쳐지는 곳”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나 정치권의 네이버 규제에 대해선 김상헌 네이버 대표가 답변을 더 잘 해줄 것이라며 구체적인 대답은 피했다. 네이버 창립자인 이 의장이 기자들 앞에 나서긴 2001년 이후 처음이다.
라인 회장을 겸하고 있는 그는 “일본에 진출해 서비스를 하면서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하는 심정이었다”며 “물건이 아닌 서비스를 해외에서 판다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돈도 많이 쏟아붓고 이 의장 자신이 직접 매달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의욕적으로 사업을 펼쳤지만 의미있는 성과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다행히 라인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가입자 3억명 돌파가 현실감이 없고 모두 꿈만 같아 보인다”고 털어놨다.
그는 ‘은둔의 경영자’란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도 해명할 것이 많다며 입을 열었다. 은둔의 경영자란 회사 일은 안 하면서 숨어 있는 것을 말하는데, 자신은 일부러 안 나온 게 아니라 큰 전략을 짜고 일본 사업을 하느라 바빴다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일본 사업이 잘 안되다 보니 보여줄 게 없어 밖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도 있다”며 “하지만 은둔의 경영자는 결코 아니다”고 했다.
그는 “초기에 회사를 세우고 나서 선배들에게 상담도 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외부와 소통을 잘하지 못하는 것 같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때 선배들에게 너는 너의 장점에 집중하고 부족한 부분은 좋은 인재를 영입해 보완하면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저는 큰 전략과 방향을 짜고 경영은 김범수 전 NHN 대표(카카오 이사회 의장), 최휘영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 대표, 김상헌 대표 등 탁월한 경영진에게 맡긴 것이 지금 봐도 좋은 모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운영하고 있는 중국의 텐센트를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로 꼽았다. 그는 “텐센트가 올해 2000억원을 마케팅비로 쏟아부었는데 내년에는 3000억~4000억원을 쓴다고 발표했다”며 “올해 1000억원을 쓴 라인이 텐센트처럼 하려면 모든 수익을 쏟아부어야 할 정도”라고 했다.
여기에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의장은 “네이버도 한국에서 수익이나 현금 흐름이 나쁜 편은 아니지만 시가총액만 100조원, 300조원에 달하는 텐센트, 구글과 상대하기는 버겁다”며 “다만 텐센트의 위챗보다 라인이 퍼포먼스는 더 좋게 나오는 경우가 많아 자금만으로 결과를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작년 4월 네이버 직원들을 ‘조기축구회’에 비유하며 안이한 태도를 강하게 타박했던 그는 “노키아,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도 경영 환경이 바뀌어 흔들리는 상황에서 네이버 직원들이 PC인터넷에 안주하는 것이 안타까워 했던 말”이라며 “IT산업은 승패에 관계없이 즐기는 조기축구회가 아니라 프로야구에 가깝다”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의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라인 가입자는 이날 3억명을 넘었다. 2011년 6월 일본에서 출시한 라인이 서비스 출시 2년5개월여 만에 이룬 성과다. 네이버 측은 가입자 기준 세계 3대 모바일 메신저에 드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현재 가입자 수가 3억명을 넘는 모바일 메신저는 미국의 와츠앱(약 3억5000만명)과 중국의 위챗(4억7000만명) 등이 있다.
도쿄=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25일 일본 도쿄 시부야의 라인 본사에서 열린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가입자 3억명 돌파 기념행사에서다. 그는 한국 기자들을 위해 마련된 경영진 질의응답 시간에 깜짝 등장해 “사람들은 네이버가 원래부터 1등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야후코리아, 라이코스 등 해외 사업자들과 싸워 이 자리에 오른 것”이라며 “인터넷은 다른 사업과 다르게 나라가 지켜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무한 경쟁이 펼쳐지는 곳”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나 정치권의 네이버 규제에 대해선 김상헌 네이버 대표가 답변을 더 잘 해줄 것이라며 구체적인 대답은 피했다. 네이버 창립자인 이 의장이 기자들 앞에 나서긴 2001년 이후 처음이다.
라인 회장을 겸하고 있는 그는 “일본에 진출해 서비스를 하면서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하는 심정이었다”며 “물건이 아닌 서비스를 해외에서 판다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돈도 많이 쏟아붓고 이 의장 자신이 직접 매달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의욕적으로 사업을 펼쳤지만 의미있는 성과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다행히 라인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가입자 3억명 돌파가 현실감이 없고 모두 꿈만 같아 보인다”고 털어놨다.
그는 ‘은둔의 경영자’란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도 해명할 것이 많다며 입을 열었다. 은둔의 경영자란 회사 일은 안 하면서 숨어 있는 것을 말하는데, 자신은 일부러 안 나온 게 아니라 큰 전략을 짜고 일본 사업을 하느라 바빴다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일본 사업이 잘 안되다 보니 보여줄 게 없어 밖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도 있다”며 “하지만 은둔의 경영자는 결코 아니다”고 했다.
그는 “초기에 회사를 세우고 나서 선배들에게 상담도 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외부와 소통을 잘하지 못하는 것 같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때 선배들에게 너는 너의 장점에 집중하고 부족한 부분은 좋은 인재를 영입해 보완하면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저는 큰 전략과 방향을 짜고 경영은 김범수 전 NHN 대표(카카오 이사회 의장), 최휘영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 대표, 김상헌 대표 등 탁월한 경영진에게 맡긴 것이 지금 봐도 좋은 모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운영하고 있는 중국의 텐센트를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로 꼽았다. 그는 “텐센트가 올해 2000억원을 마케팅비로 쏟아부었는데 내년에는 3000억~4000억원을 쓴다고 발표했다”며 “올해 1000억원을 쓴 라인이 텐센트처럼 하려면 모든 수익을 쏟아부어야 할 정도”라고 했다.
여기에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의장은 “네이버도 한국에서 수익이나 현금 흐름이 나쁜 편은 아니지만 시가총액만 100조원, 300조원에 달하는 텐센트, 구글과 상대하기는 버겁다”며 “다만 텐센트의 위챗보다 라인이 퍼포먼스는 더 좋게 나오는 경우가 많아 자금만으로 결과를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작년 4월 네이버 직원들을 ‘조기축구회’에 비유하며 안이한 태도를 강하게 타박했던 그는 “노키아,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도 경영 환경이 바뀌어 흔들리는 상황에서 네이버 직원들이 PC인터넷에 안주하는 것이 안타까워 했던 말”이라며 “IT산업은 승패에 관계없이 즐기는 조기축구회가 아니라 프로야구에 가깝다”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의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라인 가입자는 이날 3억명을 넘었다. 2011년 6월 일본에서 출시한 라인이 서비스 출시 2년5개월여 만에 이룬 성과다. 네이버 측은 가입자 기준 세계 3대 모바일 메신저에 드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현재 가입자 수가 3억명을 넘는 모바일 메신저는 미국의 와츠앱(약 3억5000만명)과 중국의 위챗(4억7000만명) 등이 있다.
도쿄=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