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특허를 침해한 대가로 애플에 2억9000만달러(약 3100억원)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받았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애플 변호인단이 애국심에 기초해 판단을 내렸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미 특허청에서 무효 판정을 내린 애플의 ‘핀치투줌’ 특허에 대해 배심원단은 유효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평결에 유감을 표시하며 이의 신청 및 항소를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21일(현지시간) 애플과 삼성의 특허침해 손해배상 재산정 공판에서 “삼성전자는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으며 이에 대해 2억9000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이 배상액은 원고 애플이 제시한 손해배상 청구액인 3억7978만달러(4066억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삼성전자가 주장했던 5270만달러(556억원)의 5배에 달하는 액수다.

이번 평결에서 배심원단이 가장 많은 배상금액을 산정한 제품은 ‘인퓨즈 4G’로 9994만달러였다. 이외에 ‘드로이드 차지’에는 6070만달러, ‘갤럭시 프리베일’에는 2214만달러의 배상금을 각각 매겼다. 배심원단은 총 13개의 제품이 △전면디자인 △스마트폰 UI △핀치투줌 △바운스백 △탭투줌 등 5가지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배심원단은 지난해 8월 삼성전자의 26개 제품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해 애플에 10억5000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평결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손해배상액 산정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자 재판장 루시 고 판사는 당초 평결 중 6억4000만달러만 확정하고 나머지 부분을 재산정하기로 했다. 이번 평결은 6억4000만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배심원단이 정한 배상액이 확정되면 삼성전자는 총 9억3000만달러(약 1조원)를 애플에 물어내야 한다. 고 재판장은 이번 평결에 입각한 판결을 내년 초께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평결에 대해 ‘국내 기업 감싸기’라는 비판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평결이 나오기 이틀 전인 19일 애플 변호인단 측은 “내가 어렸을 때는 미국에서 만들어진 TV로 TV를 봤다. 매그너복스 등 한때 미국 TV 제조업체들이 번창했지만 지금은 찾아볼 수가 없다. 미국 TV제조업체들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