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경제정책포럼과 입법조사처 주최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경제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진단과 처방’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경제정책포럼과 입법조사처 주최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경제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진단과 처방’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경제의 저성장 흐름을 끊으려면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를 옥죄는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국회 경제정책포럼과 입법조사처가 21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연 ‘한국경제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에서는 경제 발목을 잡고 있는 투자부진, 부동산시장 침체, 가계부채 문제 등을 긴급 진단했다. 최근 도마 위에 오른 공기업 혁신을 위해선 독립된 감독기구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주목받았다.

이날 기조발표를 맡은 김도훈 산업연구원장은 “세계경제가 완만하게나마 회복세를 이어가면서 국내 경제는 내년 3.7% 안팎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미국 양적완화 축소, 중국 성장둔화 등 위험요인도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다. 그는 “경제정책의 기본방향을 내수회복에 두고 부진한 가계소득과 기업투자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비투자가 위축되는 원인으로는 불안한 노사관계, 경제민주화 흐름 등이 작용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필요성이 입증 안 된 규제는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규제단두대’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신성장동력 분야의 투자에 대해서는 순환출자 금지의 예외를 두고, 법인세와 상속세 부담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찬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투자를 하려고 해도 단지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인허가를 받지 못하고, 투자세액공제도 축소돼 막막하다”며 기업들의 고충을 전했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은 규제를 양산하는 ‘국회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을 비판했다. 그는 “입법이 특정 집단의 이익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경제활동을 범죄로 만드는 정치적 압력이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 총수가 투자를 잘못하면 배임죄로 감방에 갇히는 상황에서는 투자 활성화가 불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잇따른 부동산 대책은 시장 살리기에 역부족이란 쓴소리도 이어졌다. 정창무 서울대 교수는 “정부의 ‘행복주택’처럼 서민들에게 ‘횡재수’를 보장하는 식으로는 시장만 왜곡시킨다”며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장이 돌아가도록 취득세 인하, 분양가 상한제 폐지, 고소득계층에 대한 담보대출 규제 완화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기업 부채 문제는 더 이상 자구노력만 믿고 있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구정모 강원대 교수는 “공기업의 인사와 경영평가 등 경영 전반에 대한 감독을 총괄하는 ‘공기업위원회’를 금융위원회와 같은 독립적 정부조직으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싱가포르의 테마섹 등 공기업투자 지주회사를 참조하면 보다 강력하고 효과적인 공기업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