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복제약 시장에 ‘가격 파괴’ 바람이 불고 있다. 특허가 풀린 대형 오리지널 의약품 시장을 잠식하기 위해 상한액(오리지널 의약품가격의 68%)보다 가격을 크게 낮춘 복제약이 쏟아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과 10월 특허가 각각 끝난 고혈압 치료제 ‘올메텍’과 고혈압 복합제 ‘엑스포지’의 복제약 시장쟁탈전이 뜨겁다. 정당 가격이 776원인 올메텍(20㎎)은 복제약을 내놓은 50여개 업체 가운데 상한액(544원)으로 파는 곳은 종근당 SK케미칼 LG생명과학 등 5곳뿐이다. 삼성제약 태극약품 등 중소업체의 가격은 359원으로 오리지널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친다.

10월에 특허가 끝난 엑스포지 복합제 역시 종근당 대원제약 등은 정당 978원으로 내놓은 데 비해 일동제약과 영진약품은 각각 729원, 524원으로 가격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내년 4월 특허가 끝나는 고지혈증 치료제 ‘크레스토’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미약품 동아ST 등은 복제약 상한액인 정당 676원에 약가를 신청한 반면 대웅제약(61%) 유니메드(52%) 등은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 한국프라임제약은 오리지널 대비 44%(442원)를 신청해 경쟁업체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크레스토는 지난해 870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한 대형 품목이다.

복제약 가격 파괴는 정부가 리베이트 영업에 대한 고강도 단속에 나서면서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많다. 예전에는 병·의원 공략이 영업·마케팅에서 보다 중요했지만 이제는 가격 경쟁력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국내 한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일괄약가인하 이후 가격파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가격을 크게 낮춰 시장에 진입하려는 업체가 많다”고 전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