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지시로 수정" vs "삭제 지시 없었다"
초본의 기록물 여부·이지원 문서 삭제 여부 등도 쟁점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참여정부에서 고의로 폐기됐다는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측은 15일 조목조목 반박했다.

양측은 주요 쟁점을 놓고 평행선을 달렸고, 향후 진행될 재판과정에서 치열한 진실공방을 예고했다.

다음은 검찰 수사 발표와 민주당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관련 진상규명 대책단'(이하 대책단) 및 노 전 대통령 측이 언론 브리핑과 별도의 자료를 통해 해명한 입장간 쟁점들.
◇노 전 대통령의 대화록 삭제·미이관 지시 여부
검찰은 대화록 삭제 및 미이관이 모두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이 그 지시를 구체적으로 이행했다며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그 근거로 "조 비서관이 검찰 조사에서 회의록 문건을 삭제하고 파기한 것 모두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밝혔다.

대책단은 그러나 "검찰이 주장하는 조 비서관의 발언은 부정확한 기억에 의해 잘못된 진술을 한 것"이라며 "9월과 10월 조사에서 조 비서관이 부정확한 기억에 의한 것이라고 분명히 얘기했다"고 반박했다.

대책단은 "노 전 대통령은 회의록 초본에 '이 녹취록은 누가 책임지고 정확하게 다듬고 녹취록만으로 이해하기 어렵거나 오해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각주를 달아 정확성, 완성도가 높은 대화록으로 정리해 이지원에 올려두기 바란다'는 메모를 남겼다"며 "삭제 지시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회의록 초본의 미이관도 '고의적'이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 대책단과 노 전 대통령측은 "전자문서로 대통령기록관이 이관되는 것은 2008년 1월 말까지 가능했고 2월부터 별도의 인쇄물로 넘겨야 했는데 실무적인 착오로 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회의록 초본의 기록물 여부
검찰은 "이 사건 수사는 당연히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돼야 할 역사적 기록물인 회의록이 이관되지 않았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며 회의록 초본이 대통령기록물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 등 2명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대책단은 "정상회담 회의록 초본은 대통령이 수정과 보완, 재검토를 지시한 문서로 최종 결재가 이루어지지 않은 미완성본"이라며 "회의록 초본은 기록물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일례로 노 전 대통령이 "내가 임기 동안에 NLL 문제를 다 해결하게…"라고 언급한 부분이 "내가 임기 동안에 NLL 문제는 다 치유가 됩니다"로 변경된 것은 의도를 갖고 고친 게 아니라 국정원이 실제 녹음 내용을 듣고 수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단은 "외국정상회담 회의록도 초본과 수정본이 있다면 수정본만 이관하는 것이 기록관리의 일반 원칙"이라며 "기록관리의 원칙에 어긋나는 일부 사례를 근거로 일반적 회의록 관리 기준에 맞게 처리한 것을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화록 삭제 가능 여부
검찰은 백 전 실장과 조 비서관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테스트문서·중복문서·민감한 문서 등의 삭제에 이용된 '삭제 매뉴얼'에 따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삭제해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책단은 "이지원에 문서 삭제 기능이 없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청와대 인수인계 태스크포스에서 정리한 프로세스에 따라 이관할 필요가 없는 문서 자료들은 표제부만 삭제하는 방식으로 미이관 처리했다"고 반박했다.

이지원에 삭제 기능이 없어 미이관 처리를 하기 위한 기술적 방식이 '표제부 삭제'였으며 검찰이 말하는 '삭제 매뉴얼'도 표제부 삭제 처리 방법을 설명해 놓은 자료라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kj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