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빅 마우스'가 들었다 놨다…코스피 6일 만에 2000 탈환
이번엔 옐런 효과였다.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신임 의장 내정자가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시행을 내년으로 늦출 것을 강력히 시사하면서 코스피지수가 급등, 2000선을 탈환했다.

◆옐런 효과에 코스피지수 2000 회복

15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94%(38.08포인트) 오른 2005.64로 장을 마치며 6거래일 만에 2000선을 회복했다. 상승폭으로는 올 하반기 들어 두 번째로 컸다.

하반기 들어 코스피지수가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날은 당분간 테이퍼링 시행은 없을 것이라는 벤 버냉키 Fed 의장의 신호가 반영된 지난 7월11일이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3.44포인트(2.93%) 급등했다. 그 뒤를 잇는 기록을 버냉키의 후임인 옐런 내정자의 발언이 만들어 냈다.

테이퍼링은 하반기 한국 증시를 들었다 놨다 한 중요 변수였다. 지난 13일에는 ‘매파’ 데니스 록하트 Fed 위원의 “이르면 다음달 중 테이퍼링에 들어갈 것”이란 발언의 충격으로 코스피지수가 31.92포인트 빠졌다. 8월20일에도 테이퍼링 조기 실행 우려에 인도 등 신흥국 화폐가치가 급락하면서 코스피지수도 29.79포인트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들어 코스피지수를 출렁거리게 했던 테이퍼링 연내 시행 우려를 Fed 차기 수장이 일단 잠재웠다고 평가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다음달 중 테이퍼링 가능성은 희박해졌고, 옐런이 취임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내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이코노미스트는 “옐런 내정자와 생각이 다른 매파 성향 위원들의 발언이나 미국 경기지표 발표, 테이퍼링 조기 시행 우려에 따라 증시 충격은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10거래일 만에 돌아온 외국인

이날 외국인은 604억원 순매수하며 10거래일 만에 ‘사자’로 돌아섰다. 기관도 186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가운데 조선주의 약진이 돋보였다. 대형 조선주 중 유일하게 3분기 실적이 시장 추정에 부합한 대우조선해양이 8.2% 급등한 3만6950원에 마감했다. SK하이닉스가 4.33% 올랐고 ‘대장주’ 삼성전자도 2.67% 상승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2.47%, 1.32% 올랐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한국 증시의 외국인 매수를 주도하는 미국계 자금이 테이퍼링 시행 우려로 주춤했다가 옐런 내정자 청문회를 계기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계 자금을 중심으로 외국인이 꾸준히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며, 당분간 코스피지수 상승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조선주 등 낙폭이 크면서도 유럽 등 세계 경기 회복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들의 주가가 어느 정도 복구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50선에서 다시 공방전이 벌어지긴 하겠지만, 올해 한국 기업들의 이익이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연말까지 소폭 상승 여력은 있다”고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