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외국계 '셀리포트'
종목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 7월 SK하이닉스를 시작으로 하반기 들어 외국계 증권사들이 새로 ‘셀(Sell) 리포트’를 낸 종목은 줄잡아 20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가총액 비중이 큰 정보기술(IT)주들이 된서리를 맞았고, 금융주와 게임·엔터주도 매도 리스트에 자주 등장했다.

◆‘엎친 데 덮친’ IT株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외국계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 외에도 LG전자(UBS) LG디스플레이(BOA메릴린치) 삼성전기(CLSA)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도’로 낮추거나 ‘비중축소’를 권고했다. 기존 매도 대상이었던 LG이노텍과 삼성SDI를 더하면 사실상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IT주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한 셈이다. 하반기 새로 ‘매도’ 보고서가 나온 21개 종목 중에서도 IT주의 비중이 가장 컸다.

지난달 25일 UBS증권이 투자의견을 낮춘 LG전자는 이후 12일 연속 외국인 매물이 쏟아졌다. 이 기간 주가는 6.9% 하락했다. 삼성전기와 LG디스플레이도 ‘매도’ 의견이 나온 뒤 각각 7일 연속, 5일 연속 외국계 창구로 매도 주문이 나왔고 15일 현재 주가는 7월 중순 보고서가 나오기 전보다 10% 이상 하락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반면 유럽계 증권사인 크레디리요네(CLSA)의 투자의견 하향으로 주가가 3만1000원대에서 2만7000원대까지 빠졌던 SK하이닉스는 8월 말부터 외국인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낙폭을 모두 만회했다.

우영무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IT 업종의 경우 삼성전자의 갤럭시 모멘텀 이후 업황 둔화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히 맞섰다”면서 “이 과정에서 투자의견을 내는 게 보다 자유로운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부정적인 부분을 상대적으로 부각시킨 결과”라고 말했다.

◆금융·게임·엔터株도 ‘뭇매’

IT주 외엔 은행 보험 등 금융주와 게임·엔터주에 매도 의견이 집중됐다. 하나금융 동양생명(CLSA) 삼성화재(BOA메릴린치)에 대한 투자의견이 하향 조정됐고, 게임빌과 NHN엔터테인먼트 네이버 등도 외면받았다.

한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인력이 적은 외국계 증권사는 커버(분석)하는 업종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IT는 워낙 글로벌한 업체가 많고 시가총액 비중이 큰 데다 금융·게임 등은 해외 업체들과의 밸류에이션 비교를 통해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분석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특정 업종에 매도 의견이 몰린다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커버리지 종목이 제한적인 데서 오는 업종 쏠림이라는 설명이다.

하반기 새로 매도 의견이 나온 종목 중 주가가 가장 크게 떨어진 종목은 게임빌과 셀트리온이었다. CLSA는 셀트리온이 ‘램시마’의 유럽 판매허가를 최종 획득했다고 발표한 8월28일 판매 승인이 오히려 예상보다 늦게 나오면서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이유로 투자의견을 ‘시장상회’에서 ‘매도’로 끌어내렸다. 셀트리온 주가는 이후 두 달여 만에 30% 가까이 빠졌다. 반면 SK하이닉스 외에도 현대제철 삼성물산 네이버 등은 보고서가 나온 이후에도 주가가 올랐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