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다는 詩的 여인…혼신의 3색연기 기대하세요"
베르디의 ‘리골레토’는 만토바 공작의 바람둥이 기질과 그에게 반한 질다의 순애보, 딸을 향한 리골레토의 엇나간 부성이 만들어낸 비극을 그린 걸작 오페라다. 오는 22~2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리골레토’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세계적 오페라 극장 ‘라 스칼라’의 주요 출연진이 그대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리골레토 역은 바리톤 조지 가닛제가 맡았고 만토바 공작은 떠오르는 젊은 테너 스테판 포프가 연기한다. 비극의 여주인공 질다 역은 소프라노 엘레나 모스크(사진)에게 돌아갔다. 모스크는 ‘라 스칼라’에서 17년 넘게 질다 역할을 맡은 세계적 성악가다.

공연에 앞서 이메일 인터뷰로 만난 모스크는 “질다는 내게 유난히 시적(poetic)이며, 아주 친절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그래서 무척이나 사랑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질다를 연기하기 위해선 1~3막에 서로 다른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막은 분리되고 변화하는 악절을 부드럽게 노래해야만 하나로 연결됩니다. 2막에선 아주 드라마틱한 발성이 필요하고요. 3막은 4중창과 폭풍우가 몰아치는 장면에서 소프라노의 능력을 끌어내야 합니다. 마지막 장면은 천사 같은 목소리로 노래해야 해요.”

가장 기억에 남는 리골레토로는 2006년 취리히 오페라극장에서 지휘자 넬로 산티와 함께했던 공연을 꼽았다. 모스크는 “80세 노장에게 악절과 발성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며 “위대한 지휘자와 작업하는 것은 고된 일이지만 늘 새로운 것을 배우기에 즐겁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라 스칼라’의 대표 배우 자리를 지킨 비결로는 세 가지를 꼽았다. 훌륭한 선생님과 올바른 호흡법, 채식이다. 그는 “무대는 언제나 신성한 곳이라는 말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22, 23일 오후 7시30분, 24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3만~25만원. (02)542-0350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