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산단출범 50주년…한국 경제 발전 중추역할
단순 기업집적지론 한계…창의·융합 공간 변신해야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일하고 싶은 '행복산단'으로
한국경제신문은 13일 주성재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사회), 강남훈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정만기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반실장, 앨런 스콧 미국 UCLA 공공정책학부 교수가 참석한 좌담회를 열었다. 주제는 ‘산업단지 중심의 창조도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였다. 스콧 교수는 14일 서울 63빌딩에서 열리는 ‘제8회 클러스터(연관 기업과 기관들이 모인 산업집적단지)의 날’ 행사에 기조연설자로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산업단지가 처한 문제는 뭔가.
◆강 이사장=한국의 산업단지는 1960년대부터 경제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해 왔다. 전국 제조업 생산의 65%, 수출의 76%, 고용의 44%를 차지한다. 그러나 노후화된 산업단지가 많고 근로 여건이 열악해 입주기업의 경쟁력까지 떨어뜨리고 있다. 도심형 첨단 산업단지로 탈바꿈한 구로디지털단지(옛 구로공단)나 국내 최대 기계산업 집적지가 된 창원산업단지, 생산과 문화가 공존하는 파주출판단지처럼 혁신할 필요가 있다.
◆정 실장=대구와 전남은 전체 생산량의 80%가 산업단지에서 나온다. 산업단지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하지만 청년층과 혁신기업들은 산업단지 입주를 기피한다. 국내 산업단지의 역량이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클러스터에 비해 현저히 낮다.
▷산업단지와 클러스터의 차이는.
◆강 이사장=국내 산업단지는 물리적인 단순 집적지였다. 산·학·연·관 사이의 벽을 허무는 ‘미니 클러스터’가 필요하다. 현재 전국 산업단지 내에 70여개 미니 클러스터가 활동하고 있다. 미니 클러스터에 참여해 활발한 네트워크를 구성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생산 및 수출, 고용 성과가 6배까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간 지식과 정보 공유를 통한 동반성장을 촉진하는 데 클러스터만한 게 없다는 얘기다.
◆정 실장=전통적인 산업단지는 도시와 분리돼 생산기능만 강조돼 오던 곳이었다. 창의와 혁신을 위한 공간으로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산업단지 내에 복지·편의·문화·교육·연구 등 다양한 기능을 하는 복합 집적지를 조성하고 있다. 연구소와 캠퍼스 등 기업 지원기관을 적극 유치할 계획이다. 또 한국산업단지공단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클러스터 사업을 통해 산학연 네트워킹을 활성화하고, 국내외 연관 클러스터 간 교류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산업단지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
◆스콧 교수=산업의 집적은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산업 클러스터가 미래형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점들을 명심해야 한다. 산업단지가 기업 간의 신뢰를 높이고 협업을 위한 공간이 돼야 한다. 이곳엔 관련 기술과 인력 등을 교육할 일종의 ‘센터’가 있어야 한다. 공공 부문에서 인프라시설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소규모 기업들을 위한 초기의 금융투자, 해외 마케팅 지원 등도 필수적이다. 산업단지가 미래형 도시 공간으로 변하기 위해선 문화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이 같은 정책을 세울 땐 해당 지역의 특성을 잘 고려해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
◆강 이사장=창조와 융합 공간으로 재창조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청년층을 위한 문화시설 도입, 근로자 육아 및 교육문제 해결, 산학연 혁신기관의 집적을 통한 네트워킹 강화 등이 선행돼야 한다. 향후 산업단지는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창조·문화도시를 만드는 데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
◆정 실장=전국의 노후한 산업단지를 청년층이 일하고 싶어하는 ‘행복산단’으로 새롭게 만드는 일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다. 이를 위해 산업단지별로 재창조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이행할 예정이다. 또 각 정부 부처의 기업지원 사업이 산업단지를 집중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협조할 계획이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산업단지 내 혁신 역량을 강화하고 근로 여건 등을 개선해 청년층이 모여드는 곳으로 만들 것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