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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에 있는 전자부품 업체 대표 A씨. 그는 2011년 부친 회사에 들어가 일을 한 지 1년여 만에 부친이 사망해 대표이사직을 맡게 됐다. 갑작스러운 승계로 경영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도 문제였지만 더 큰 어려움은 상속세였다. ‘상속 개시 2년 전부터 가업에 종사해야 한다’는 조항에 걸려 가업 상속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대출받아 상속세를 낸 A씨는 “지분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2. 부산시내에 2만여㎡(약 6000평) 공장 부지를 갖고 있는 회사의 2세 경영인 B씨는 공장을 시 외곽으로 옮길 생각이 있지만 상속세 추징 문제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 도심 정비 차원에서 공장 이전을 권유하는 부산시에서는 “3.3㎡당 600여만원인 공장 부지를 팔아 교외로 가면 200만~300만원이면 땅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유리한 것 아니냐”고 회사를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B씨는 ‘상속 후 10년간 자산의 20% 이상을 처분’하면 감면받은 상속세를 모두 추징당한다. B씨는 “공장 이전을 권유하는 정부가 상속세 감면분을 모두 토해내라고 요구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가업 상속을 돕는 세금 지원 제도가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판이 중소·중견기업인 사이에서 일고 있다. 정부가 상속세 소득공제 한도를 늘려 왔지만 정작 기업인들은 “세금 혜택을 받기가 까다롭고 혜택을 받더라도 나중에 추징당할 위험이 너무 크다”고 우려한다.

예컨대 가업 상속 혜택을 받으려면 △상속 직전 10년 이내에 전문경영인 등에게 경영을 맡긴 적이 없어야 하고(계속 경영) △상속을 받는 사람은 직전 2년 이상 회사에서 근무해야 하며 △아들이나 딸 한 사람에게 모든 지분을 몰아줘야 한다.

이 요건을 다 충족해도 그 뒤 10년 동안은 △자산의 20% 이상을 처분해서는 안 되고 △업종을 바꿔서도 안 되며 △보유 지분을 줄여서도 안 되고 △고용인원을 줄여서도 안 된다. 이 중 하나라도 어기면 감면받은 상속세를 물어내야 한다. 상속세 감면을 받은 2세 기업인에게는 ‘족쇄’인 셈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올해 정기국회에서도 ‘가업 상속 세금 혜택’을 늘릴 방침이지만 중소·중견기업인들은 “세부 요건을 완화하지 않으면 세금 감면 한도를 아무리 늘려봐야 그림의 떡”이라고 말하고 있다.

박수진/안재광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