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졸업을 앞둔 최서희 씨(21·여)는 올해 처음으로 시행된 국립외교원 외교관 후보자 선발 시험에 ‘아프리카 지역 외교’ 분야에 지원했다. 최씨는 대학에 다니면서 프랑스어와 아프리카 중부의 토착 언어인 스와힐리어를 꾸준히 공부한데다 아프리카 역사·문화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첫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에 최연소 합격자의 영예를 안았다. 최씨가 근무를 희망하는 1순위 국가는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 그는 “최근 중국이 아프리카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는데 중국을 능가하는 대한민국의 외교 역량을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중동·아프리카 전문가 대거 뽑혀

국립외교원 첫 합격자 43명 발표…NGO 활동가·MBA…외교관 스펙 달라졌다
안전행정부는 최씨를 비롯한 2013년도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의 최종합격자 43명을 확정해 12일 발표했다. 이번 시험엔 975명이 응시해 1차 공직적격성평가(PSAT), 2차 전공 및 통합논술시험에 이어 3차엔 인성·역량 면접을 거쳐 43명이 선발됐다. 1968년 시작돼 46년간 1361명의 외교관을 배출한 외무고시는 올해 47기 시험을 마지막으로 폐지됐다.

외교관 후보자 시험은 과거 외무고시와 달리 다양한 우수 외교인재를 충원하기 위해 일반외교, 지역외교, 외교전문 등 3개 분야로 나눠 시행됐다. 전체 43명의 합격자는 일반외교 32명, 지역외교 8명, 외교전문 3명이다.

지역외교 합격자는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러시아, 아시아 등 5개 분야에서 선발됐다. 과거 외무고시가 영어권 국가에 치중된 인재를 뽑았던 것과 달리 이번 외교관 후보자 시험에선 제3세계 국가의 언어와 문화에 능통한 인재를 선발했다는 게 안행부의 설명이다. 지역외교 분야의 선발요건은 지역정세 및 해당 지역언어에 능통한 전문인력이다. 이 때문에 중동, 아프리카 분야에 경력이 있는 인력이 다수 선발됐다는 게 안행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올해 마지막으로 치러진 외무고시에서 제3세계 언어 능통자가 1명(아랍어 전공)뿐인 것과 비교된다.

총 3명이 선발된 외교전문 분야는 올해 처음 시행됐다. 군축 및 다자안보 분야에선 해당 경력을 갖춘 통일부 공무원이 뽑혔다. 개발협력 분야에선 인도에서 시민단체 봉사활동을 했던 인력이 선발됐다. 국제통상 및 금융 분야의 최종 합격자는 해외 유명대학 MBA 출신으로, 외국계 금융회사에 다니던 인력이 뽑혔다.

○SKY 편중 현상 완화될 듯

외무고시가 폐지되고 다양한 외교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이 도입되면서 ‘SKY 편중 현상’도 약화될 것이라는 게 안행부의 설명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원유철 의원(새누리당)이 지난 9월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3~2012년 외무고시 합격자 269명 중 서울대 127명, 연세대 51명, 고려대 39명 등 ‘SKY 대학’ 출신이 217명으로 전체의 80.7%에 달했다. 류임철 안행부 인력기획과장은 “국가 시험의 경우 임용되기 전까지는 합격자들의 출신 학교를 공개하지 않는다”면서도 “올해 지역외교, 외교전문 분야가 새로 도입되면서 SKY 편중 현상이 완화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관 후보자 시험을 단순 전공 암기식에서 전문성을 평가하는 면접 위주로 진행한 것도 비(非)SKY대 출신 선발폭을 넓힌 요인이라는 게 안행부의 설명이다.

최종합격자 43명은 1년간 국립외교원 교육을 받게 되며, 교육내용 성취도, 외교업무 수행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받아 5등급 외무공무원으로 임용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