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페 데 니티스의 ‘무도회에서 돌아오다’(1870, 나무 패널 위에 유채, 개인 소장)
주세페 데 니티스의 ‘무도회에서 돌아오다’(1870, 나무 패널 위에 유채, 개인 소장)
성장한 두 자매가 까치발을 하고 문밖에서 두리번거리고 있다. 둘은 무도회에 갔다 돌아오는 길이다. 부모가 가지 마라고 그렇게 당부한 그곳에 두 자매는 이번에도 기어코 가고야 말았다. 그것도 지난번보다 더 노출이 심한 드레스를 입고 말이다. ‘상의 실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불량 복장이 발각됐다가는 혼찌검이 날 뿐더러 외출 금지령이 떨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어쩌랴. 끓어오르는 열정을 삭히는 길은 그것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탈리아 인상주의 화가 주세페 데 니티스(1846~1884)는 한창 물질적 풍요를 구가하던 19세기 후반 유럽 여성들이 자신들의 억눌린 욕망을 분출하는 세태에 주목했다.

당시 젊은 여성들은 대중적으로 인기를 모으기 시작한 경마장을 출입해 말과 기수를 향해 환호성을 질렀고 놈팡이들이 득시글거리는 카바레에도 겁 없이 드나들었다. 부모는 아직 전근대적 윤리관에서 깨어나지 못했지만 젊은 여성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마음껏 발산하려 했다. “에라 혼나면 그만이지.” 까치발을 한 두 여인의 속마음일 게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