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자원 블랙홀' 변신
세계 시장에서 아프리카가 차지하는 위치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19세기 서구열강의 식민지가 된 뒤 200년 가까이 원자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는 식량과 자원을 빨아들이는 수요처로 변신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1일 “급격한 도시화와 소득 증대로 아프리카의 위치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나이지리아의 최대 무역항 라고스를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된 토마토가 들어오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생산된 원유는 케냐 화력발전소에 공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에서 생산된 구리와 태국의 쌀도 아프리카에 대한 수출이 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아프리카의 성장이 가장 큰 이유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3년간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경제의 성장률이 연평균 5.6%로 1990년대(2.2%) 대비 두 배라고 전했다. 아시아 개발도상국 다음으로 빠른 성장 속도다. 1999년까지 25년간 정체돼 있던 1인당 소득도 지난해까지 40% 증가했다.

아프리카 각국의 인프라 투자까지 늘면서 원자재 수입량은 급증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원유 수요 증가율이 4% 이상으로 세계에서 수요 증가가 가장 가파를 것으로 내다봤다. 2000년 4000만t이던 곡물 수입량도 올 들어 7000만t 가까이 치솟았다.

이에 따라 곡물무역업체 카길과 에너지무역회사인 비톨 등 글로벌 원자재 무역업체들은 최근 5년간 아프리카 내수를 겨냥해 수십억달러를 투자했다. 에너지회사 오릭스의 장클로드 그랑주르 기획팀장은 “아프리카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전혀 두려움을 못 느낀다”며 “아프리카 시장의 잠재력이 어디까지인지 지금으로서는 가늠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