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삼성 vs 브레인 '2강 굳히기'

한국형 헤지펀드가 박스권 증시 속에서도 ‘고수익’을 올리고 ‘자금몰이’를 하며 선전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브레인자산운용 ‘양강’ 구도 아래 후발주자로 트러스톤자산운용과 대신운용 등이 부상해 내년 초 설정액은 2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설정액 1조7000억원 넘어

10일 금융투자업계 집계에 따르면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액은 지난 8일 기준 1조7455억원으로 나타났다. 연초 1조원 수준이던 설정액이 10개월여 만에 총 7000억원 이상 늘었다.

올 들어 KB·한국투신·동양·KDB 등 일부 운용사들이 성과 저조로 잇따라 헤지펀드를 청산했지만 트러스톤, 대신 등 후발 운용사의 신규 펀드로 1000억원 넘는 자금이 몰리면서 몸집이 커졌다. 운용업계는 내년 초 2조원을 넘어선 뒤 내년 말까지 4조원대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 갇혀 전반적으로 주식형펀드 성과가 부진하자 주식의 롱쇼트(저평가 주식을 사고, 고평가 주식을 파는 매매), 각종 이벤트드리븐(기업 인수합병, 공모주, 블록딜, 유상증자 등 이벤트성 투자매매) 전략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헤지펀드로 기관은 물론 개인 투자수요까지 급증 추세다.

○삼성·브레인 질주

헤지펀드 시장은 삼성자산운용과 브레인자산운용이 장악하고 있다. 전체 설정액 1조7455억원 중 두 운용사가 굴리는 자금만 각각 5140억원, 5129억원으로 전체 59%를 차지한다. 규모, 수익률 모두 1, 2위권을 다투지만 두 운용사의 펀드 색깔은 확연하게 다르다는 게 업계 평가다.

2011년 말 한국형 헤지펀드의 출범과 함께 2년째 트랙레코드를 쌓고 있는 삼성자산운용은 ‘삼성H클럽멀티스트레티지1호’(11.87%) ‘삼성H클럽오퍼튜니티1호’(10.52%) ‘삼성H클럽에쿼티헤지1호’(9.62%) 등 주요 펀드가 모두 연초 이후 10% 안팎의 수익률을 내면서 순항 중이다. 한상수 삼성자산운용 헤지펀드운용본부 상무는 “한 달에 1.5% 넘는 수익을 내면 오히려 고객들이 반기지 않는다”며 “시장 변수에 관계없이 한 달에 0.8~1%씩, 연 7~8% 수익을 목표로 운용한다”고 말했다.

브레인자산운용은 공격적인 주식의 롱(매수) 쇼트(매도) 매매로 가파른 수익률 곡선을 그리고 있어 고위험고수익형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설정된 ‘브레인백두1호’는 32.43%의 수익률로 월등히 높은 성과를 기록 중이다. 지난 10월 한 달간 코스피지수가 1.66% 상승하는 동안 7%의 수익을 내 눈길을 끌었다.

김태준 브레인자산운용 헤지펀드운용본부 상무는 “철저히 펀더멘털(내재가치) 분석을 통해 롱쇼트 전략을 구사하는데 지난달에는 삼성전자, 자동차주의 롱 포지션과 일부 산업재의 쇼트전략이 동시에 맞아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큰 폭의 수익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