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는 인터넷 거래카페에 판매 게시물에 달린 구매댓글에 주목했다. 댓글에는 구매자들이 구매문의를 하면서 자신의 연락처를 남기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연락처를 남긴 피해자들에게 ‘물건이 있다’는 식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자신이 마치 게시물을 올린 판매자인 것처럼 행세했다. 피해자들은 실제 판매자가 아닌 박씨에게 돈을 송금했다. 박씨는 이런 수법으로 피해자 136명으로부터 총 842만원의 구매자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박씨는 일용노동자로 고시원, 사우나 등을 전전하다가 생활비가 없을 때마다 같은 수법으로 구매 댓글을 가로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범행은 기존의 인터넷 거래카페 사기에서 진화한 형태다. 기존 사기는 대부분 허위 판매글을 올린 뒤 구매자들이 돈을 입금하면 잠적하는 식이었다. 이같은 경우에는 범인이 게시물을 직접 올리기 때문에 인터넷프로토콜(IP)역 추적 등의 수법으로 검거가 가능하다. 하지만 박씨처럼 댓글을 가로챌 경우 범인이 누군지 수사에 혼선을 빚기 쉽다. 실제 박씨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최초 판매글을 올린 아이디 사용자를 용의자로 오인해 신고하고 사이트 운영자에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수법은 구매 댓글을 올릴 때 남긴 휴대전화번호를 노린 것으로 구매자들은 거래시 개인정보 유출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며 “안전한 거래를 위해 안전거래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안전거래 서비스는 소비자가 상품을 결제하면 대금을 제3자가 예치하고 있다가 상품배송이 완료되면 대금을 판매업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