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단의 質 세계 최고"…'이탈리아 남성복' 제냐
어느 브랜드가 진짜 명품인지 판가름하는 기준 중 하나가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직접 만드냐’는 것입니다. 자동차 회사가 엔진을 자체적으로 만드는지, 스마트폰 회사가 칩을 직접 만드는지를 따지는 것과 같죠.

이탈리아의 남성복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는 그런 측면에서 단언컨대 최상급 명품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습니다. 패션업계에는 ‘제냐 원단’이라는 게 있습니다. 남성복 브랜드에서 “제냐 원단을 썼다”는 말은 곧 “원단의 질이 최고다”라는 뜻으로 통하죠.

1910년 창업자 에르메네질도 제냐가 설립한 이 회사는 원래 원단 제조에서 출발했습니다. 그의 나이 20세 때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원단공장을 기업화했죠. 창업자 제냐는 낡은 프랑스식 기계를 최신 영국식 설비로 바꿨고, 최상의 원자재를 산지에서 직수입하는 등 품질 혁신을 과감하게 추진했습니다. 1930년 자신의 이름을 원단에 새겨 팔기 시작했고 3년 뒤엔 방직, 방적, 염색, 마무리 작업까지 자체 수행하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합니다. 이런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1960년대에 남성복 시장에 뛰어들었죠.

제냐는 해마다 200만m가 넘는 원단을 생산한다고 합니다. 울 1㎏에서 180㎞에 달하는 원사를, 캐시미어는 원료 1㎏에서 150㎞에 이르는 원사를 뽑아냅니다. 제냐의 기술력은 11.1㎛(마이크로미터·1㎜의 1000분의 1) 두께의 얇은 원단도 만들 수 있습니다. 사람 머리카락 두께가 50~60㎛라고 하니 얼마나 얇은지 이해가 되시죠?

"원단의 質 세계 최고"…'이탈리아 남성복' 제냐
제냐는 품격을 강조한 최상급 라인인 ‘꾸뛰르’ 컬렉션을 비롯해 디테일을 강조한 ‘살토리얼’, 세련된 감성을 살린 ‘어퍼 캐주얼’ 등의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넥타이, 신발, 가죽 잡화 같은 액세서리 컬렉션에 이르기까지 남성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모든 제품을 만들죠. 유명 자동차인 마세라티와 손잡은 제품을 내놓는 등 창조적인 협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이 중 제냐의 자랑으로 꼽히는 꾸뛰르 컬렉션은 슈트 한벌을 완성하기까지 20시간 이상 장인들의 바느질을 거치는 대표적인 럭셔리 슈트입니다. 패션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세계 최고 품질의 원단을 써서 주문, 재단, 봉제와 바늘에 이르기까지 한땀 한땀 완성하는 고급스러움이 특징이죠.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