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자산운용사 누버거버먼, 6년 만에 돌아왔다

지난 9월 코스닥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장비업체 에스에프에이의 기업설명회(IR) 담당자는 CLSA(크레디리요네)증권 애널리스트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글로벌 기관투자가 한 곳이 관심을 갖고 있어서 방문하고 싶은데 약속 시간을 맞춰 달라는 내용이었다.

10월7일 에스에프에이 본사를 방문한 외국인 펀드매니저 두 명은 IR 담당자에게 ‘누버거버먼(Neuberger Berman)’이란 회사의 명함을 건넸다. 그리고 지난 5일 누버거버먼은 에스에프에이 주식 91만1914주(5.08%)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에스에프에이 주식 5.08% 매수

리먼브러더스 계열사였던 글로벌 자산운용사 누버거버먼이 2007년 10월 이후 약 6년 만에 국내 종목 투자를 재개했다. 점찍은 종목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분 10.15%를 들고 있는 OLED 장비업체 에스에프에이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누버거버먼은 지난달 28일까지 에스에프에이 주식 86만3090주를 주당 평균 5만3854원에 샀고 29일엔 4만8824주를 4만6063원에 매수했다. 누버거버먼은 1939년 창립된 자산운용사로 10월 말 기준 글로벌 총자산(AUM)은 241조7000억원이다. 2003년엔 리먼브러더스에 인수됐다. 2008년 리먼 파산 이후 ‘리먼의 마지막 알짜 회사’로 평가되며 사모펀드 KKR 배인캐피털 등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결국 2009년 회사 직원들이 돈을 모아 지분 52%를 인수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0월 누버거버먼은 삼일제약 농심홀딩스 일성신약 신영증권 등의 주식을 모조리 처분하고 국내 증시를 떠났다.

○저평가된 주식에 장기투자


에스에프에이 주가는 지난 6월 이후 부진하다. 3분기에 주요 납품처인 삼성디스플레이가 1조7000억원 규모 6세대 OLED 생산설비 투자를 할 것이라는 전망에 5월16일 6만7700원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OLED를 쓰는 고급 스마트폰의 수요 감소가 예상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설비투자가 늦춰진 것이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현재 에스에프에이 주가는 올해 고점 대비 34.56% 떨어진 4만4300원이다.

그러나 누버거버먼은 에스에프에이 주가가 ‘성장성 대비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버거버먼의 ‘이머징마켓펀드’ 운용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에 대한 철저한 리서치를 통한 보톰업(Bottom-up) 방식의 장기투자’를 투자전략으로 명시하고 있다.

에스에프에이 관계자는 “지난 5월 지분율은 0.4%였는데 최근 5.08%까지 늘어난 것과 주당 평균 매수가격을 감안하면 주가가 하락할 때 계속 주식을 사모은 것으로 보인다”며 “본인들 스스로 ‘장기 투자자’라고 밝혔고 세부적인 사업내용보다는 장기적인 디스플레이산업의 큰 그림을 주로 물었다”고 설명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 투자 지연 우려는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며 “OLED 설비투자 주가 모멘텀(상승 요인)은 2014년 이후 다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