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확인제 등 정부 규제도 국산 SNS 발전의 장애

올해는 국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장에 우울한 한해가 될 전망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표방하며 야심차게 출범했던 국산 SNS가 줄줄이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며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트위터로 대표되는 외국 SNS 서비스가 사업영역을 넓히며 날로 성장하는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 죽어가는 국산 SNS 시장

국내 1위 포털업체 네이버는 단문형 SNS '미투데이'를 내년 6월 종료한다고 밝혔다.

2009년 1월 마이크로블로크 사이트 '미투데이'를 인수하고 한때는 국내 시장에서 트위터를 앞지르는 인기를 얻었지만 최근에는 사용자가 급감했다.

네이버는 미투데이의 활동성을 보여주는 각종 지표가 급감했고 그마저도 하락하는 추세여서 사실상 서비스 운영과 유지가 어려웠다고 철수 배경을 설명했다.

앞선 8월 말 포털업계 2위 사업자인 다음커뮤니케이션(다음)도 자체 SNS '요즘'을 접었다.

2010년 2월 첫선을 보인 요즘은 국내 가입자가 300만명 수준에 머무르며 출시 3년 만에 시장과 작별을 고했다.

포털 시장 점유율 3위 기업인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는 '차세대 SNS'를 표방했던 C로그의 이용실적이 저조하다며 최근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

2010년 9월 출범해 3년을 버텼던 이 서비스는 6일 시장에서 철수한다.

인터넷 소프트웨어 서비스 기업 KT하이텔(KTH)은 지난 4월 위치기반 SNS '아임iN'과 사진기반 SNS 푸딩2 사업을 포기했다.

KTH 관계자는 "초반엔 가능성이 많이 보였지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나서도 수익 모델 발굴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트위터·페북 등 외국 SNS는 '승승장구'

국산 SNS가 시장에서 하나 둘 떨어져 나가는 사이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여전히 활발하게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트위터는 최근 세 가지 광고 상품을 출시하며 국내 광고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디뎠다.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 수익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용자 기반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기업 경영이 안정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트위터는 지난 4월 음악서비스에도 진출해 업계에서는 "트위터가 단순한 SNS를 넘어 종합 미디어 기업으로 거듭나는 게 아니냐"라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트위터는 현재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다.

전 세계 11억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페이스북은 최근 게임과 광고 분야로 사업을 꾸준히 확대하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페이스북에서 유료게임을 이용한 사람의 수는 매월 24%씩 증가했고 페이스북에서 게임을 내려받은 사람도 전년보다 75% 늘었다.

페이스북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페이스북 모바일 개발자 회의에서 모바일 게임을 포함한 온라인 게임 사업을 더욱 공격적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모바일 광고 부문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페이스북이 발표한 3분기 실적을 보면 모바일 광고가 전체 광고 매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전분기보다 49% 늘었다.

덕분에 페이스북의 올해 3분기 매출은 20억2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3%나 증가했다.

◇ 외국 SNS 유명세에 짓눌리고 정부 규제에 발목

확연하게 대비되는 국산 SNS와 외국 SNS의 운명의 이면에는 외국 SNS가 쳐 놓은 거대한 진입장벽이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이미 전 세계 인터넷 사용 인구에 있어 SNS의 고유명사가 됐을 정도로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

이 두 서비스의 합산 가입자는 16억명 수준으로 전 세계 인구의 20%가량을 차지한다.

한번 인기를 얻은 서비스가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나머지는 급격히 위축되는 인터넷 서비스 특유의 이용자 집중성 때문에 국내서비스라도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맞서 시장점유율을 넓히기 쉽지 않다.

올해 SNS 서비스를 종료한 한 포털업체 관계자는 "국내 시장 공략은 페이스북보다 먼저 했지만 국경 없는 인터넷 세상에서 사용자들의 이용 습관이 페이스북에 넘어가자 더이상 버티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외국 서비스에는 적용되지 않는 국내 인터넷 서비스 규제가 잇따라 나온 점도 국산 SNS 사업이 쇠락하게 된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마다 비슷한 시기에 SNS를 출시하던 시기 국내에서는 제한적 본인확인제(인터넷 실명제)가 시행돼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비교해 사용자의 접근이 제한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SNS 사업을 접은 국내 업체들은 이날 "당분간 SNS가 아닌 다른 분야에 집중하겠다"며 새로운 SNS 사업을 당분간 시작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오예진 기자 oh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