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신형 제네시스가 디자인을 숨기기 위해 래핑을 한 채 독일 뉘르부르크링 시험센터 안에 있는 서킷을 달리며 성능 시험을 하고 있다. 현대차는 완성차의 외관 공개를 미루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차 신형 제네시스가 디자인을 숨기기 위해 래핑을 한 채 독일 뉘르부르크링 시험센터 안에 있는 서킷을 달리며 성능 시험을 하고 있다. 현대차는 완성차의 외관 공개를 미루고 있다. 현대차 제공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뉘르부르크. 전 세계 모터스포츠의 성지이자 세계에서 가장 험난한 코스로 유명한 장거리 서킷 ‘뉘르부르크링’이 자리잡은 곳이다.

5일(현지시간) 뉘르부르크링 바로 옆에 있는 현대자동차의 차량시험센터를 찾았다. 이 센터는 현대차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주행시험센터에 이어 해외에 지은 두 번째 주행성능 테스트 시설. 유럽시장에 맞는 차량을 개발하기 위해 662만 유로(약 94억8000만원)를 투입해 올해 9월 완공한 시설이다.

◆명품 세단 만드는 극한 테스트

시속 140㎞로 회전…신형 제네시스 "독일차 꺾자" 독일서 독한 테스트
뉘르부르크링 시험센터는 올 들어 특별한 ‘미션’을 수행 중이다. 현대차가 이달 말 국내 출시 예정인 프리미엄 세단 신형 제네시스(프로젝트명 DH)의 마지막 주행 테스트다. 신형 제네시스는 2008년 1세대 제네시스에 이어 5년여 만에 현대차가 내놓는 야심작이다. 1세대 제네시스가 북미 고급차 시장을 겨냥했다면 신형 제네시스의 타깃은 유럽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유럽 무대에서 제네시스의 경쟁상대는 BMW,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등 독일 브랜드”라며 “유럽 고급 세단의 역동적인 주행성능, 핸들링과 동등한 성능을 갖추는 게 신형 제네시스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뉘르부르크링 주행센터 테스트에 현대차가 주목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뉘르부르크링은 유럽형 주행성능을 시험하기엔 최적의 장소다.

특히 뉘르부르크링 북쪽에 있는 노르트슐라이페 서킷은 자동차회사들이 유럽에서 신차를 내놓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치는 코스다. 20.8㎞의 서킷에 73개의 급회전 구간, 급격한 내리막길, S자 코스, 고속 직선로 등 유럽 도로의 특성을 집약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대우 현대차 유럽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유럽에 나올 신차들은 기본적으로 이 서킷을 4~6주 동안 480회(1만㎞) 완주해야 한다”며 “이곳에서 1만㎞를 주행하면 일반 도로에서 18만㎞를 달린 것과 같은 테스트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형 제네시스도 지난 3월부터 이곳 서킷에서 6개월간 시험제작(proto) 모델로 주행 테스트를 거쳤다. 일반 직선구간 시속 190㎞, 회전 구간은 시속 130~140㎞의 고속으로 달리면서 성능을 점검했다. 지난달부터는 양산을 앞둔 완성차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코스가 워낙 험해 그린헬(green hell)이라 불리는 뉘르부르크링에서 테스트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신뢰도가 높아진다”며 “승차감과 조정 안정성, 서스펜션 및 동력성능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해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기술연구소와 한국 남양연구소(경기 화성)로 보내 최종 완성차 개발 데이터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신형 제네시스로 독일 세단 잡는다”

신형 제네시스는 6개월간의 뉘르부르크링 성능 테스트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초창기 한두 가지 문제점이 발견됐지만 즉각 보완했다. 특히 뉘르부르크링 테스트 과정에서 서스펜션 안정성을 높이는 개선 방법도 찾았다. 독일 고급 세단처럼 고속 회전을 할 때 차체가 쏠리지 않는 느낌을 구현해냈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제네시스 주행평가를 담당하는 전문 드라이버 헤레구츠 다니엘 씨(60)는 “신형 제네시스는 독일차와 비교해 서스펜션의 안정감이 뛰어나고 안전성도 좋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뉘르부르크링 주행 테스트와 동시에 신형 제네시스에 대한 네 가지 성능 시험도 함께 진행했다. 독일 펠스펠트 시험장에서 R&H(주행, 핸들링) 기본 성능 테스트를 거쳤다. 혹한기 성능 테스트는 스웨덴 알제프로그, 혹서기 성능 테스트는 스페인 그라나다, 제동 성능은 오스트리아 그로스클로크너 산악지대에서 각각 진행했다. 현대차 유럽기술연구소 관계자는 “뉘르부르크링을 포함해 5곳의 테스트 결과 신형 제네시스가 유럽 고급 세단과 경쟁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유럽 현장경영에 나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테스트 결과를 보고받고 흡족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1세대 제네시스로 북미 고급차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것처럼 신형 제네시스로 유럽 고급 세단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정 회장은 당시 유럽기술연구소에 들러 “신형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모든 기술을 집약해 만든 최첨단 럭셔리 세단으로 유럽 명차들과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다”며 “대형 세단으로는 처음 유럽에 내놓는 만큼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자”고 당부했다.

뉘르부르크(독일)=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