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는 세계에서 가장 평가절상된 통화다.”

유로화 가치가 오르는 것에 대한 유럽연합(EU) 회원국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파브리지오 사코마니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은 역내 중소기업을 위한 통화 정책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아르노 몽트부르 프랑스 산업장관도 최근 “유로 가치가 10% 오르면 프랑스에선 15만명이 직장을 잃는다”고 토로했다.

지난 7월 1유로당 1.28달러였던 유로화 가치는 지난달 말 1.38달러까지 올랐다. 4일 1.35달러 선까지 내려왔지만 여전히 지난분기 초보다 0.7달러 올랐다.

유로화 가치의 상승은 미국 일본 등 국제통화를 갖고 있는 국가들과의 ‘돈 풀기 싸움’에서 밀렸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매달 850억달러의 채권을 사들이고 있고, 일본도 엔화 가치를 끌어내리기 위해 시장에 계속 돈을 풀고 있다.

반면 ECB는 지난해 9월 단기국채 무제한매입(OMT) 조치 발표 이후 별다른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독일은 유로당 1.79달러까지 버틸 수 있지만 프랑스는 1.24달러, 이탈리아는 1.17달러가 한계”라고 분석했다.

통화가치가 오르면 이탈리아 등 빚이 많은 국가들은 부채의 절대가치가 더욱 커진다. 10월 물가상승률이 0.7%에 그치는 등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는 와중에 높은 유로화 가치는 위기 국가들에 또 다른 고통이 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같은 상황을 반영해 당초 1.2%였던 내년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1%로 하향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ECB가 7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낮지만 다음달에는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